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英 지배받던 아일랜드의 우울한 모습… 단편소설 15편, 복잡한 인간 내면 담아
입력 : 2024.02.06 03:30
더블린 사람들
- ▲ 1914년 초판본 첫장. /위키피디아
아일랜드 수도인 더블린 출신 작가 제임스 조이스(1882~1941)가 1914년 발표한 소설집 '더블린 사람들'에는 단편 소설 15편이 실려 있어요. "인간들의 엇나간 욕망을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아요. "재미와 보편성, 작품성"까지 두루 겸비하고 있어 지금도 널리 사랑받고 있죠.
제임스 조이스는 후속작 '율리시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등을 통해 "20세기 현대 문학의 선구적 작가"로 불리고 있는데요. 그에 앞선 초기작인 이 책을 통해 제임스 조이스 문학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답니다. 이성적인 사고에만 국한하지 않고 등장인물의 의식 흐름 전체를 포착해 표현하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문학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이 나타나죠.
'더블린 사람들'은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사람들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드러내요. 소설집의 첫 단편 '자매'의 주인공은 어린 소년이에요. 소년은 라틴어를 제대로 발음하는 법 등을 가르쳐준 플린 신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해요. 그러나 그는 깊은 슬픔보다는 "마치 무언가로부터 벗어난 것 같은 해방감"을 경험하죠. 또 다른 소설 '에블린'에서는 큰딸인 에블린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피해 연인인 프랭크와 함께 집을 떠나려고 해요. 다른 동생들은 이미 집을 떠난 뒤였죠. 하지만 프랭크와 함께 배를 타려던 순간,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끝내 배에 오르지 못해요. 먼저 배에 탄 프랭크가 "어서"라고 끝없이 부르짖었지만, 에블린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 있어요. "상대에 대한 사랑의 표정이나 작별을 고하는 표정"도 없이 말이죠.
보다 마음 따뜻한 작품도 있어요. '진흙'의 주인공 마리아는 학교에서 잡역부로 일하며 학생인 조를 엄마처럼 돌봤어요. 조는 가톨릭 축일인 '만성절' 전야 가족 파티에 마리아를 초대해요. 마리아는 건포도 케이크를 사들고 조의 집을 방문하지만, 타고 온 전차에 두고 내렸는지 케이크를 담았던 봉지 안은 텅 비었네요. 울음이 터지려는 마리아에게 조는 "괘념치 말라"며 가족들과의 소박한 놀이에 참여하도록 배려해요. 반면 '은총'에서는 종교적 일탈을 보여줘요. 술로 인해 몸과 마음이 병든 영업사원 커넌은 친구들의 설득으로 교회 예배에 참석해요. 그런데 퍼든 신부는 신과 함께 돈을 섬기라며 종교의 본뜻을 벗어난 말을 이어가요.
15편이 각각 다른 이야기인 것 같지만, 서로 모자이크처럼 엮이면서 커다란 하나의 작품을 이뤄요. '더블린 사람들'은 영국의 지배를 받으며 침체된 도시 속에서 타락하고 마비된 인간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