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뿔 잘린 코뿔소 '코쿠모'의 눈물… 인간은 재미로 동물 목숨 앗아요

입력 : 2024.02.05 03:30
[재밌다, 이 책!] 뿔 잘린 코뿔소 '코쿠모'의 눈물… 인간은 재미로 동물 목숨 앗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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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욱 지음|출판사 책공장더불어|가격 1만8000원


인간은 때론 그 어떤 동물보다도 잔혹합니다. 이 책은 주인공인 코뿔소 '코쿠모'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의 잔인한 모습을 고발하는 만화책이에요. 앞으로 동물에 대한 잘못된 행동을 고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지요. 작가의 그림에서는 읽는 이를 압도하는 강렬한 흑백 대비와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입니다.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던 동물의 현실이 드러납니다.

뿔이 잘린 코뿔소 '코쿠모'가 혼자서 울고 있습니다. 그가 살던 야생동물 보호소에 누군가 침입했고, 그들은 인정사정없이 코쿠모의 뿔을 잘랐습니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코쿠모는 자신 곁에 찾아온 까마귀 '치크'에게 전생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코쿠모는 전생에 배들랜즈 큰뿔야생양이었을 때도 사람들이 장식용으로 쓰기 위해 그의 머리 뿔을 잘라 고통을 받았다고 해요. 그가 도도새로 태어났을 때는 자신이 살던 섬에 찾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배를 갈라 죽였대요. 이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동물을 죽이는 게 아니었어요. 몸을 치장하는 즐거움이나 사냥하는 재미를 얻기 위해 동물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거죠.

코쿠모의 전생을 따라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만화책의 배경은 달라지지만 인간의 무자비함은 변함이 없군요. 베가스 표범개구리로 살 때는 계곡의 물을 모조리 끌어다 쓴 인간들 때문에 목 말라 죽었고, 큰바다쇠오리로 태어났을 땐 기름기가 많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지요. 스텔러 바다소로 태어났을 때는 인간을 만나고 27년 만에 지구에서 아예 사라지게 됐고요.

까마귀 치크는 사실 힘이 빠진 코쿠모를 쪼아 먹기 위해 온 것이었죠. 그러나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코쿠모의 전생 이야기를 듣다가 배를 채우는 일을 포기합니다. 코쿠모는 여행 비둘기, 사슴, 기린, 사자, 상어, 나그네 앨버트로스, 보르네오 오랑우탄으로 태어났을 때 인간으로부터 비극적인 운명을 겪었거든요. 대신 치크는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들도 아픔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왜 아픔을 주는 일에 망설임이 없는지. 책을 읽는 우리는 인간으로서 치크에게 뭐라고 답하면 좋을까요?

이 책은 우리가 동물들의 삶을 보호하고, 그들과 함께 건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려줘요. 동물의 삶을 파괴하는 행위는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것과 같아요. 우리는 동물들과 함께 지구에서 살아가는 동반자이기 때문입니다.

제목인 '적색 목록'은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을 보여주는 자료예요. 유엔의 요청을 받아 '국제 자연 보전 연맹(IUCN)이 작성해요. 적색 목록의 두께를 줄이는 일은 당연히 그들의 동반자인 우리 인간의 몫이겠죠.
김미향 출판 평론가·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