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갑자기 "혼자 자겠다"는 아이 보며 오히려 불안해하는 엄마의 성장기
입력 : 2024.02.01 03:30
맙소사! 오늘부터?
"나는 혼자 잘 거다. 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니까." 주인공 지호는 오늘 엄마 앞에서 엄청난 선언을 했어요. 엄마는 지호에게 왜 갑자기 혼자 자려고 하는지를 물어요. 그러자 지호는 옆집 예린이도 작년부터 혼자 잤고, 같은 반 효준이는 아기 때부터 혼자 잤다네요.
그러니까 아직도 엄마랑 같이 자는 것을 친구들이 알면 너무 창피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혼자 자기로 결심했다는 거예요. 이유가 분명하네요. 엄마는 조금 놀랐어요. 마음의 준비가 덜 됐나 봐요. 마음이 섭섭하기도 하네요. 언제까지나 함께 잘 수는 없겠지만, 그게 오늘이라니요. 책의 제목이 '맙소사! 오늘부터?'인 이유를 이제 알겠어요. 엄마의 마음속에서 나온 말이었네요.
작가는 아이가 성장하며 독립해가는 과정을 아이의 관점이 아니라 엄마의 마음을 통해 묘사하고 있어요. 눈높이아동문학상을 받기도 한 작가는 독자의 예상을 깨면서 자칫 뻔해지기 쉬운 이야기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어요.
지호의 혼자 잠들기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혼자 자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웬일인지 지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시네요. '흥! 이불이야 내가 깔면 되지 뭐' 지호는 분주하게 안방과 자신의 방을 오갑니다. 이불도 옮기고, 베개도 옮기고, 안고 잘 인형도 옮겨야 하니까요.
이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누웠어요. 방에 불을 꺼달라는 지호. 하지만 엄마는 별 이유도 없이 지호의 부탁을 거절해요. 지호는 다시 일어나서 장난감 칼을 뻗어 불을 끄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요. 보통 결심이 아니네요. 오히려 담담하게 행동하는 걸 보니 지호가 몸도 마음도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당황하는 쪽은 오히려 엄마예요.
혼자 잠자리에 든 지호는 생각해요. "엄마는 아까부터 왜 그러지? 오늘따라 이상하다. 몰라, 몰라. 드디어 나 혼자 잔다!" 같은 시간 안방의 엄마는 이런 생각을 해요. "아아… 방이 울리는 것 같아. 지호 없이 혼자 자려니 이상해." 자신도 모르게 꿈틀꿈틀 슬금슬금 지호의 방으로 기어가는 엄마를 보면서, 아빠는 '뭐하는 거냐'며 결국 한마디 하십니다. 이런 엄마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그렇게 지호의 잠자리 독립 첫날밤이 지나갔어요. 엄마는 눈을 뜨자마자 다시 한번 깜짝 놀라서 크게 외쳐요. "지호가 내 옆에 없어! 정말로 혼자 잔 거야?"
엄마의 걱정과 달리 혼자 방에서 일어난 지호는 끄떡없어요. 그 모습을 보며 엄마는 마음으로 편지를 써요. "우리 아가. 언제 이렇게 훌쩍 컸니? 이젠 달리기도 빨라서 따라갈 수가 없네. 엄마는 저만치 달려가는 널 쫓아가지 않을 거야. 저 넓은 세상을 마음껏 달리렴. 그러다 넘어지거나 지치면 뒤돌아봐. 그곳에 언제나 엄마가 있을 테니까. 사랑해."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해 가는 과정을 명랑하고도 따뜻하게 그린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