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기린처럼 목 긴 영양… 두 발로 걸을 수도 있대요

입력 : 2024.01.31 03:30

게레눅 영양

게레눅 영양이 높은 나뭇가지에 달린 먹이를 먹으려고 두 발을 딛고 일어서서 목을 쭉 내밀고 있어요. /위키피디아
게레눅 영양이 높은 나뭇가지에 달린 먹이를 먹으려고 두 발을 딛고 일어서서 목을 쭉 내밀고 있어요. /위키피디아
얼마 전 아프리카 케냐에 있는 사파리 여행사가 삼부루 국립공원에서 찍은 영양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어요. 여느 영양처럼 갈색 털로 덮인 몸에 한 쌍의 뿔을 달고 있었는데요. 기린을 연상시키는 아주 기다란 목이 인상적이죠. 이 영양은 동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게레눅(gerenuk)'이랍니다. 이 지역 토착어인 소말리어로 '기린 목을 했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기린 영양'으로도 불리죠.

게레눅의 기다란 목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갖게 된 거랍니다. 게레눅이 사는 동아프리카 지역은 건조하고 척박한 곳이 많아요. 그나마 먹을 수 있는 나뭇잎과 싹, 꽃과 열매 등도 초식동물들의 키보다 높이 달려 있기 일쑤죠. 하지만 게레눅은 기다란 목 덕분에 다른 영양들이 미처 먹지 못하는 높은 곳으로 목을 쭉 뻗어서 식사를 즐길 수 있어요.

게레눅은 다른 영양들은 할 수 없는 특별한 재주가 있어요. 바로 '똑바로 일어서기'죠. 아주 튼튼한 뒷발을 땅에 딛고 거의 수직에 가깝게 일어설 수 있어요. 평소 어깨높이는 1m 정도인데, 뒷발로 일어서면 단숨에 2m가 되면서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선답니다. 먼저 우거진 나뭇잎 쪽으로 몸을 쭉 뻗고, 그다음에는 앞발을 위로 들어 올려요. 그래서 2.4m 높이에 있는 나뭇가지까지도 끌어내려서 잎사귀를 먹을 수 있죠. 심지어 두 발로 선 채로 걸을 수도 있대요.

게레눅이 살아가는 곳은 비가 잘 내리지 않을뿐더러 물웅덩이조차 찾기 어려운 곳이 많아요. 이런 기후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게레눅의 몸은 오랫동안 물을 마시지 않고도 버틸 수 있게끔 적응을 했어요. 반드시 필요한 수분은 잎사귀와 열매로 보충한대요

게레눅은 달릴 때는 기다란 목을 수평에 가깝게 눕힌 채로 달리는데요. 다른 영양에 비해서 속도가 빠르지는 않아요. 그래서 사자·치타·하이에나 등 천적의 눈을 피해야 할 때는 재빠르게 달아나는 대신 풀숲에 몸을 숨기고 가만히 서 있는답니다. 몸의 색깔이 주변의 흙·풀과 비슷하기 때문에 꼼짝하지 않고 있으면 찾아내는 게 매우 어렵대요.

게레눅은 번식철이 되면 암컷과 수컷이 길고 복잡한 몸동작을 거쳐 짝을 짓는답니다. 수컷과 마주친 암컷은 코를 위로 쳐들고 귀를 머리 쪽으로 잡아당겨서 못마땅한 듯한 동작을 취하죠. 그럼 수컷은 늠름한 뿔을 앞세우고 목을 양옆으로 흔들면서 멋을 부려요. 암컷이 그제야 관심 있어 하는 모습을 보이면 수컷은 눈 밑에 있는 냄새샘을 암컷의 다리에다 갖다 대죠. 그리고 암컷을 졸졸 쫓아다니면서 자신의 앞발을 암컷의 뒷다리 등에 문질러요. 그리고 암컷이 누는 오줌 냄새를 통해 짝짓기 준비가 됐는지를 기다린대요.

이런 번식 과정을 통해 7개월 정도의 임신 기간을 거쳐 한 마리의 새끼를 낳죠. 많은 영양들은 비가 많이 와서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우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 새끼를 낳지만, 게레눅은 특정한 시기를 가리지 않고 연중 내내 번식을 한대요. 새끼는 태어난 뒤 일주일 동안은 천적 눈에 띄지 않는 은신처에서 지내요. 어미는 이곳에 새끼를 두고 하루에 서너 차례씩 찾아와 젖을 물리죠.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