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재앙 같은 세상… 절망서도 희망 찾는 마음 잃지 말아요
입력 : 2024.01.29 03:30
이끼숲
디스토피아(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의 공동체 또는 사회. '이상향' '낙원'을 뜻하는 유토피아와 반대 의미예요)적인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 세 편을 실은 연작소설집이에요. 독립된 완결 구조를 갖고 있지만, 연관성이 있는 소설들을 묶은 작품집이라는 뜻이지요.
소설마다 미스터리와 슬픔, 상실의 빛이 서려 있어요. 어둠이 아니라 빛이라고 표현한 건 그만큼 저자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에요. 또 모두 청소년이 주인공이에요. 이들은 변화를 위해 저항하고 싸우지요. 우리 미래에 희망이 있다면 그건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이라고 믿는 작가의 신념이 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에요. 각 소설의 배경은 같아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늙은 나무를 뽑고 어린나무를 심은 정책이 걷잡을 수 없이 잘못된 방향으로 뻗어가면서 지상이 아니라 지하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지요.
그중 소설 '우주늪'을 살펴볼까요. 쌍둥이 자매 의주에게 보내는 의조의 편지글 형식이에요. 인구를 제한하느라 쌍둥이 출산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에서, 의주와 쌍둥이로 태어난 의조는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살아가요. 차마 의조를 죽일 수 없었던 부모는 의조를 집 안에 숨긴 것이지요. 의조는 자기가 누릴 수도 있었을 집 밖 생활을 하는 의주를 시기하고 미워해요. 자신이 처한 현실에 분노하고 절망하고 아파하고요.
마치 늪지대에 가라앉아 있는 악어처럼 살던 의조, 늪 아래로 더 깊이 빠져드는 쪽을 택해요. 환풍구 너머 배관 통로를 기어다니면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고 지하 도시를 오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지요. 그렇게 배관 통로를 기어다니다 의조는 치유키를 만나게 돼요. 치유키를 통해 글자를 배운 의조의 삶은 이전과는 사뭇 달라져요. "내 생각이 글자로 옮겨지다니. 엄청난 일이야. 이건 어떤 세상을 옮기는 일이라고. 그래서 매번 문장을 쓸 때마다 건축하는 마음으로 해. 무너지지 않게, 헷갈리지 않게, 망가지지 않게."
의조는 통로 한 부분에 "여기로 가면 냉동실, 위험"이라고 썼다가 처음으로 누군가의 답글을 받게 돼요. 글자를 배워 누군가에게 생각을, 자신의 세상을 옮겨본 기쁨을 느낀 의조는 이제 자신에게 답글을 남긴 사람을 찾는 일에 최선을 다해요.
다른 두 소설 역시 독특한 분위기가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작품들이에요. 작가의 섬세한 문장과 상상력을 느끼며 등장인물의 감정에 공감해 보고, 자신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짚어보세요. 더 넓은 세상과 마주할 수 있을 거예요.
김미향 출판 평론가·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