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다슬기 잡고, 헤엄 치고, 모래서 낮잠… 냇가는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놀이터

입력 : 2024.01.25 03:30

나의 여름날

[재밌다, 이 책!] 다슬기 잡고, 헤엄 치고, 모래서 낮잠… 냇가는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놀이터
박성은 지음 | 출판사 책고래 | 가격 1만3000원

아침부터 햇볕이 쨍쨍해요. 아이는 집에 있는 것 중 가장 큰 대야를 들고 집을 나섰어요. 무더운 여름 무거운 대야를 들고 어디를 갈까요? 함께 가는 다른 아이들도 보이네요.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놀이터, 냇가로 가는 거예요. 여름이면 아이들은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모두 냇가로 향해요.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우거진 숲을 열어젖혀요. 드디어 도착한 냇가, 물결 위로 '까르르, 까르르' 행복한 웃음소리가 퍼지네요. "어 지원이 신발이 떠내려간다!" 아이들은 신발을 서로 잡겠다며 퐁당퐁당 헤엄을 쳐요. 물속에서 숨을 참으며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내기도 하죠. 고불고불 미끌미끌한 다슬기를 잡기도 하고, 옷이 마르는 동안엔 따뜻한 모래 위에서 낮잠도 잤어요. 숲에서 찾아 따 먹는 산딸기 맛은 새콤새콤 잊을 수가 없어요.

신나게 놀다 보니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저무네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에요. 노란 달맞이꽃이 아이들을 향해 활짝 웃어 주어요. 무더운 여름날에는 하늘의 별이 더 밝게 빛났고,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논 하루는 모두 이야기로 남아 아이들 가슴에 영원히 새겨지겠지요.

그림 속 아이들 모습은 소박하고도 더없이 정겨워요. 별것 아닌 일에도 모두가 숨이 넘어갈 듯 큰 웃음을 터뜨리고,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는 몸짓에는 기운이 넘쳐나네요. 어른들 눈에는 별것 없는 평범한 냇가일 뿐이지만, 아이들에겐 재미있는 놀거리가 가득한 곳이에요.

박성은 작가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이 책을 쓰고 그렸다고 해요. 푸근하고 따뜻한 그림으로 가장 행복했던 기억 속 여름날을 생생하게 보여줘요. 그래서 그런지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그 시절 아이들의 즐거움이 지금 우리 가슴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네요.

이 책은 뜨거운 여름 어느 하루의 풍경을 담고 있어요. 하지만 계절이 바뀌면 냇가 풍경도 바뀌지요. 늘 한결같아 보이지만 자연은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니까요. 철마다 숲속 풀과 나뭇잎 색도 달라지지요. 냇가엔 아이들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겠지요. 아이들이 떠나고 나면 다양한 동물과 곤충이 찾아와 물을 마시거나 놀아요. 아이들과 함께 냇가의 생물들도 태어나고 또 자라나지요.

여름 놀이라고 하면, 수영장이나 워터 파크만을 떠올릴 요즘 도시 아이들에겐 그림책 속 냇가가 오히려 낯선 풍경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자연에서 놀다 보면, 자연이 가르쳐주는 것들을 깨닫거나 배울 수 있어요. 재미만 추구하는 인공 놀이터는 줄 수 없는 것들이에요. 작가는 자연에서 놀면 매일 새로운 친구를 마주하는 것처럼 즐겁고 설렌다고 알려줘요. 가장 추운 계절에 이 그림책을 보면서 여름방학 계획을 미리 잡아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김성신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