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정작 눈으로 덮이는 북유럽은 잘 안 해… 방정환 선생이 놀이법 개발하기도

입력 : 2024.01.23 03:30

눈싸움

함박눈이 내리던 지난 17일 서울역 광장에서 어린이들이 눈 뭉치를 던지며 노는 ‘눈싸움’을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어요. /연합뉴스
함박눈이 내리던 지난 17일 서울역 광장에서 어린이들이 눈 뭉치를 던지며 노는 ‘눈싸움’을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어요. /연합뉴스
지난 19일 강원도에서 개막한 2024 청소년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는 뭉초예요. 천진난만한 표정이 매력적인 친구입니다. 뭉초는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가 눈싸움을 하던 눈뭉치에서 태어났다고 해요. 눈싸움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기는 놀이죠. 눈싸움에 관련된 옛 기록을 찾아볼까요?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님은 새로운 눈싸움 방법도 개발했답니다. 방정환 선생님은 본인이 발간한 '어린이'라는 잡지에 '새롭고 재미있는 눈싸움법'이라는 글을 실었어요. 이 글에 따르면 기존 눈싸움은 눈뭉치를 마구 던져 사람을 맞히며 때리는 방식이라 규칙도 없고 폭력적이어서 방정환 선생님은 좋지 못하다고 여겼대요. 그래서 규칙을 만들어 더욱 재미있고 덜 폭력적인 새로운 방식의 눈싸움을 제시했는데요, 바로 편을 나눠 깃발이 꽂힌 성을 쌓고 눈뭉치로 깃발과 성을 먼저 무너트리는 편이 이기는 방식입니다. 눈뭉치에 맞은 사람은 퇴장하는 것이 규칙입니다. 눈뭉치에 돌을 넣는 불법행위를 찾아내는 심판도 둬야 하죠. 방정환 선생님은 이러한 새로운 눈싸움을 통해 어린이들이 규칙과 양심을 지키며 덜 폭력적인 방법으로 눈을 즐기길 바랐답니다.

유럽에는 어린이들이 눈싸움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습니다. 피에르 에두아르 프레르라는 프랑스 화가가 19세기에 그린 건데요, 커다란 책가방을 메고 귀마개와 모자를 꼼꼼히 쓴 어린이들이 정신없이 눈을 뭉치고 서로 던지면서 눈싸움을 하는 그림입니다. 계단 위에 있는 아이들은 신나게 눈뭉치를 던지고, 계단 아래에 있는 아이들은 위에서 쏟아내는 눈을 막아내는 자세를 잡고 있어요. 이 그림에서 19세기 프랑스 아이들의 놀이 시간을 엿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1년 중 절반이 눈으로 덮여 있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지역에서는 어떤 눈놀이가 발달했을까요? 놀랍게도 이 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눈과 얼음을 부정적으로 여겨 놀이 문화가 크게 발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요. 이들은 겨울이 오면 햇빛도 잘 비치지 않고 얼음으로 뒤덮인 세상에서 주로 사냥과 어업으로 긴 추위를 버티며 살아왔어요. 추위와 얼음은 나쁜 것이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죠. 북유럽의 옛이야기에선 눈과 빙하의 땅으로 쫓겨났던 거인들이 호시탐탐 인간 세상에 강풍과 서리를 몰고 오려고 노리고, 거인이 어깨와 이마에 쌓인 눈과 얼음을 마구 털어낼 때 눈사태가 일어난다고 표현합니다. 북유럽 사람들에게 눈싸움은 거인들이나 할 법한 놀이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네요. 대신 이곳에선 눈을 극복하는 교통수단으로서 스키가 발달했어요. 병사들이 스키를 타고 전쟁에 나서기도 했대요.

이처럼 눈은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극복해야 할 위험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눈싸움이 재미있어도 길에 덮인 눈은 빙판길이 되어 사람들을 다치게 해요. 여러분도 재미있게 눈놀이를 한 뒤에 길가의 눈을 치우며 따뜻한 마음을 실천하면 어떨까요?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