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떠돌이 허클베리와 흑인 노예 짐의 모험… 남북전쟁 전후 美 사회의 부조리 담아

입력 : 2024.01.23 03:30

허클베리 핀의 모험

책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미국 초판본 표지. /위키피디아
책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미국 초판본 표지. /위키피디아
"검둥이한테 가서 내 머리를 숙이고 사과하기로 결심하기까지는 15분이나 걸렸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나는 이 일을 해내고 말았지요. 나중에 가서도 그에게 사과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미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마크 트웨인(1835~1910)이 1884년 출간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미국의 모든 현대문학은 이 작품에서 비롯했다"고 극찬을 받는 작품이에요. 19세기 말 남북전쟁 전후 미국 사회에 만연한 모순과 허위를 10대 소년 눈으로 가감 없이 풀어냈기 때문이에요. 미국·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영화, TV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 등으로도 제작되며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어요.

얼마 전 소개한 작품 '톰 소여의 모험'의 결말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시작으로 이어져요. 주인공 허클베리(헉)는 강에 떠다니는 증기선을 바라보면서 늘 모험을 꿈꾸고 있었어요. 결국 알코올중독자 아버지가 가둬둔 외딴 오두막에서 가까스로 탈출해요. 헉은 우연히 만난 흑인 노예 소년 짐과 뗏목을 타고 모험을 시작해요. 짐은 이웃 집 왓슨 아줌마네 농장에서 도망 나온 거였어요. 현상금이 무려 200달러나 걸려 있어서 헉의 마음이 잠시 흔들렸지만, 친절하고 순수한 짐에게 반해 모험을 함께하기로 결심해요.

강을 따라 내려가던 헉과 짐은 왕족의 후예이자 비운의 귀족이라고 자처하는 두 사기꾼을 뗏목에 태워요. 그들의 사기 행각을 알아채고 쫓아오던 사람들이 뗏목을 발견하는데, 애꿎게도 짐은 도망친 노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먼 목화 농장으로 팔려가요. 헉은 짐을 찾아 농장을 찾아가죠. 마침 근처 이모 집에 와 있던 '톰 소여의 모험'의 톰과 만나 함께 짐을 탈출시키기 위해 노력해요. 개구쟁이 톰은 책에서 본 감옥 탈출을 재현한다면서 숟가락으로 땅을 파는 등 온갖 엉뚱한 일을 벌이기도 해요.

헉과 톰은 짐을 탈출시켜 함께 도망가요. 하지만 톰은 뒤쫓던 사람들이 쏜 총에 맞아 허벅지를 다쳐 넘어져요. 짐은 혼자서 충분히 도망갈 수도 있었지만, 톰을 치료하는 의사를 정성껏 돕다가 끝내 잡히고 말아요. 사람들은 도망친 노예를 죽이려고 하지만, 의사가 짐의 선행을 증언하면서 죽음을 가까스로 면해요. 때마침 톰의 이모가 짐을 노예에서 해방해 줬다는 왓슨 아줌마의 유언을 전해줘요. 헉과 톰은 모험을 거치며 짐을 구해낸 것이지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떠돌이 소년 허클베리 핀과 흑인 노예 짐, 그리고 톰의 우정을 통해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에요. 또한 백인들의 인종차별과 허위의식을 강하게 비판하는 사회 고발 소설이기도 해요.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