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영국 대표 작가가 인생에서 얻은 교훈… 자신의 생각 잘 표현하는 법 배워요

입력 : 2024.01.22 03:30
[재밌다, 이 책!] 영국 대표 작가가 인생에서 얻은 교훈… 자신의 생각 잘 표현하는 법 배워요
존재의 순간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 최애리 옮김 | 출판사 열린책들 | 가격 1만3800원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입니다. 그가 쓴 소설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자기만의 방' 등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지요. 이 책은 울프의 자전적 글을 모은 산문집입니다. 그는 뛰어난 사상가이기도 했답니다. 소설에선 한눈에 보이지 않던 그의 사유와 감성을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엿볼 수 있습니다.

여성의 권리, 전쟁과 평화 등에 대해 쓴 울프의 산문들은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 새로운 눈을 키워줘요. 특히 섬세한 표현력, 명확한 논리가 돋보이는 울프의 산문은 글쓰기의 모범이 됩니다. 또 글 이면에 있던 울프의 인생 경험담도 흥미롭습니다. 유년 시절, 가족, 친구, 여행, 자연, 예술 등 다채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부모님을 조금은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지는 않나요? 책에 실린 산문 중 '나의 아버지'는 울프가 아버지와의 관계를 깊이 탐구한 글이에요. 그는 자유주의적 사상을 지닌 아버지를 매우 존경하고 사랑했어요. 하지만 아버지가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강압적이고 독선적인 태도에 많은 상처를 받았대요. 아버지에 반발하면서도 한편으론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쓴 글을 읽으며 아버지를 더 깊이 알아가려고 노력했지요. 울프는 이런 과거가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회고해요. 아버지를 극복하면서 탁월한 생각을 하고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여러분도 울프처럼 부모님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 울프는 자연과 가까이 지냈다고 해요. 어른이 된 그가 자유롭고 즐거운 삶을 중요하게 여겼던 배경에는 이렇게 자연을 벗 삼았던 추억이 깔려있는 것 같아요. '나비와 나방: 9월의 곤충들'이라는 산문에서는 활발한 아이였던 울프가 산과 숲에서 얼마나 자유로웠는지, 신비한 자연의 생명력을 어떻게 지켜봤는지 나타나요. 울프는 복작복작한 영국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태어났지만, 매년 여름 온 가족이 바닷가 마을 '세인트아이브스'로 놀러갈 수 있었대요. 거기서 작은주홍부전나비, 먹그늘나비 등 많은 나비를 보며 아름다움을 느낀 것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울프는 나이가 들자 주변에서 나비를 보기가 어려워졌어요. 그는 "나비를 더 이상 수집하지 않게 되면서부터 눈에 잘 뜨이지도 않게 된 것" 아닐까 아쉬워해요. 주위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전해주네요.

울프는 일상적인 경험부터 고차원적인 사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유려한 필치를 선보이죠. 그의 산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워봅시다. 지적이고 감성적인 성장을 이루길 바라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