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1.3m까지 자라는 '거대 쥐'… 다른 동물과 사이좋아요

입력 : 2024.01.17 03:30

카피바라

카피바라가 물속에서 춤추듯 뒤뚱뒤뚱 두 발로 걷는 모습. /미국 ZWF마이애미 동물원
카피바라가 물속에서 춤추듯 뒤뚱뒤뚱 두 발로 걷는 모습. /미국 ZWF마이애미 동물원
미국 마이애미의 한 동물원이 소셜 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이 화제예요. 마이클 잭슨 노래 '스릴러' 리듬에 맞춰 갈색 털을 한 동물이 물에서 사뿐사뿐 걷는 모습인데요, 마치 사람처럼 춤을 추는 듯하죠. 이 동물은 카피바라예요. 우리나라 동물원 여러 곳에서도 키우고 있어 익숙한 친구들도 있을 거예요.

카피바라는 쥐의 무리인 설치류에 속하는데요. 다 자라면 몸길이는 1.3m, 어깨높이는 50㎝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설치류랍니다. 반려동물로 많이 키우는 기니피그와 분류학적으로 가깝대요. 카피바라가 사는 곳은 아마존을 비롯한 남아메리카 일대랍니다. 카피바라라는 이름은 아마존강 유역 일대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의 부족어인 '투피어'로 잎을 먹는 동물이라는 뜻이래요.

카피바라의 별명 중 하나는 '남미의 하마'랍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하마랑 몸 구조와 습성이 비슷한 점이 많거든요. 우선 하루 대부분을 물속에서 보낸다는 점이 닮았죠. 얼굴 구조도 비슷한 점이 있어요. 눈과 코와 귀가 하마처럼 머리 꼭대기 쪽에 가깝게 있어요. 그래서 수면 위로 머리만 살짝 내밀어도 물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죠. 카피바라는 코 위 귀와 눈만 물 위에 내놓고 헤엄칠 때가 많은데요. 이런 습성은 하마·악어·개구리 등 물고기는 아니지만, 물속 생활 비율이 높은 동물들의 공통적 특징이랍니다.

카피바라의 삶에서 물은 없어선 안 될 존재예요. 카피바라가 사는 곳에는 재규어·아나콘다·악어 같은 무시무시한 천적이 많은데요. 이들이 나타나면 카피바라는 재빨리 물속으로 달아나죠. 최대 5분까지 잠수할 수 있대요. 물속에서 헤엄을 잘 칠 수 있도록 발가락 사이에는 물갈퀴도 있죠.

초식동물인 카피바라가 주로 먹는 건 물풀이랍니다. 다람쥐나 쥐 등 많은 설치류처럼 카피바라 역시 평생토록 자라는 앞니가 있는데요. 이 앞니로 질긴 물풀을 끊어서 먹죠.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가 되면 갈대나 나무 열매 등도 먹어요. 카피바라는 자신의 똥을 먹기도 해요. 어디가 아파서 보이는 이상행동이 아니고요. 똥에 들어 있는 박테리아를 섭취하면, 풀을 먹을 때 질긴 섬유질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대요.

카피바라는 무리를 이뤄서 살아가요. 보통 우두머리 수컷이 암컷 여러 마리를 거느리고, 부하 수컷과 새끼들도 딸려 있어요. 무리는 보통 열 마리 안팎으로 구성되는데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가 되면 새끼들이 많이 태어나 무리의 숫자는 마흔 마리 정도까지 늘어나기도 하죠. 카피바라는 한 배에서 보통 3~4마리의 새끼를 낳아요. 120일 안팎 임신 기간을 거쳐 새끼들이 태어나면 어미처럼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죠.

카피바라는 다른 종류의 동물들과 잘 지내는 것으로도 유명해요. 개·고양이 등 동물원의 다른 반려동물들과 함께 어우러진 사진뿐 아니라 야생에서도 새·거북 등과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는 듯한 장면의 사진이 화제가 됐죠. 이는 카피바라가 천성적으로 공격성이 없고 온순한 데다, 작은 동물들은 카피바라를 일종의 든든한 경호원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해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