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가지에서 뿌리 내려와 줄기로 굵어져… 실내 식물 벵갈고무나무가 같은 종
입력 : 2024.01.15 03:30
반얀트리
- ▲ 미국 하와이섬에서 흔한 나무인 '반얀트리' 주변으로 지역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걷고 있어요. 여러 그루 같지만 모두 같은 나무에서 뻗어나간 한 그루랍니다. /민미정 여행가
이 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가지에서 여러 '공중 뿌리(Arial Roots)'가 내려와 땅에 닿으면 줄기처럼 변한다는 것입니다. 땅에 닿은 부분에서는 일반적 뿌리가 나와 땅을 파고듭니다. 이후 공중 뿌리 줄기가 굵어지면서 엄마 나무(모목·母木)와 이어진 자식 나무(자목·子木)로 자라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 나무 한 그루가 여러 그루가 뭉쳐 자라는 것처럼 작은 숲을 이룹니다. 하와이나 동남아 등 열대·아열대 지방에 가면 이처럼 뿌리가 내려오는 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반얀트리는 인도의 국목(國木)으로, 인도인은 이 나무를 신성시해서 사원을 지을 때 꼭 주변에 심는다고 합니다. 사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드리워주려는 것이죠. 인도 콜카타 인근 수목원에 있는 '대바니안(The Great Banyan)'은 멀리서 보면 거대한 숲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 보면 나무 한 그루가 뻗어 나간 것입니다. 한 나무에서 시작해 무려 4000여 줄기가 내려와 약 6000평 넓이에 퍼졌다고 합니다.
반얀트리는 다른 나무를 칭칭 감아 양분을 빼앗고 광합성을 못 하게 해서 결국 죽이는 '교살자(strangler) 나무' 중 하나입니다. 무서운가요? 열대 정글에서 식물의 생존 경쟁은 우리 주변의 온대 산림보다 훨씬 살벌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반얀트리가 큰 나무로 자라 작은 숲처럼 퍼져 나간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서울식물원 등 수목원 온실에도 반얀트리를 심어두긴 했지만, 가지에서 나온 뿌리가 굵어져 새 나무가 된 듯 특유한 모습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반얀트리는 우리 가까이에 있었답니다. 조그만 화분에서도 키우는 실내 식물인 '벵갈고무나무(Ficus benghalensis)'가 반얀트리와 같은 나무입니다. 벵갈고무나무는 동남아에서 반얀트리 가지를 잘라서 가져와 관엽식물로 만들어 키우는 것입니다. 실제로 생육 조건만 맞으면 하와이·동남아에 있는 거대한 반얀트리처럼 클 수도 있다고 합니다.
반얀트리는 우리나라에서도 자라는 무화과나무와 같은 속(屬)입니다. 무화과나무속 나무들은 반얀트리처럼 가지에서 뿌리가 내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주로 대만과 중국 남부에서 볼 수 있는 대만고무나무가 있습니다. 중국에선 이 나무를 룽수(榕樹), 영어로는 차이니스 바니안(Chinese Banyan)이라고 부릅니다. 열대·아열대 지역으로 여행을 가면 반얀트리처럼 줄기에서 뿌리가 내려와 풍성하게 뻗어나가는 나무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