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1885년 벨이 '레코드' 처음 만들어… 유행하던 교향곡 녹음

입력 : 2024.01.09 03:30

LP

미국의 유명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난해 내놓은 LP 음반 ‘1989’. 다른 녹음 형식인 디지털 음원, CD, 카세트테이프와 더불어 발매됐어요. /리퍼블릭 레코드
미국의 유명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난해 내놓은 LP 음반 ‘1989’. 다른 녹음 형식인 디지털 음원, CD, 카세트테이프와 더불어 발매됐어요. /리퍼블릭 레코드
많은 것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디지털 세상이 된 요즘, 오히려 직접 만질 수 있는 아날로그 물건이 유행하는 '레트로(retro·복고)' 열풍이 붑니다. 오늘 살펴볼 LP가 대표적 사례예요. 테일러 스위프트, 아이유, 조이 등 유명 가수가 일제히 노래를 LP에 담아 냈는데요, 독특한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LP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거죠.

LP는 소리를 기록해 둔 넓적한 원반이에요. 축음기라는 기계에 올려두면, 축음기 바늘이 LP에 파인 홈에 닿아 마찰하는 진동으로 소리를 내요 이러한 방식이 발명된 것은 19세기 후반이에요. 그 이전에는 음악을 들으려면 직접 연주하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그렇다면 이렇게 유용한 LP와 축음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1857년 프랑스의 L. 스코트가 처음으로 녹음 방법을 고안해 냈어요. 사람이 깔때기에 대고 말할 때 진동이 생긴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먼저 진동을 원통에 기록했고, 나중에 진동에 따라 파인 홈을 통해서 소리를 재생시켰죠. 이후 에디슨과 벨처럼 유명한 발명가가 이런 녹음 원리를 활용해서 음악을 재생하는 발명품을 만들었어요.

먼저 1877년 에디슨은 포노그래프(phonograph)라는 장치를 발명했습니다. 구리로 만들어진 원통 모양이었어요. 원통에 달린 핸들을 돌리며 노래를 부르면 소리가 기록되고, 다시 핸들을 돌리면 똑같은 소리가 나오는 녹음기였답니다. 에디슨은 포노그래프에 동요를 녹음했다고 해요.

이어 1885년에는 벨이 구리 대신 밀랍을 바른 두꺼운 종이를 이용해서 역시 원통 모양인 '레코드'를 만들었어요. 이 방식의 장점은 레코드를 바꿔 끼워가며 연달아 다른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원하는 음악을 바로 재생할 수 있는 오늘날의 '음반' 개념이 탄생한 거죠. 지금의 LP나 CD와 비슷한 원반 모양의 레코드는 에밀 벌리너라는 발명가가 1887년에 만들었답니다.

초기에 발명된 레코드에는 무엇이 담겼을까요? 바로 오페라와 오케스트라 교향곡처럼 당시에 유행했던 음악이에요. 유명한 작곡가인 브람스의 '헝가리무곡'도 1889년 에디슨의 구리 레코드에 녹음됐어요.

LP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플라스틱 소재가 실용화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1948년 미국의 컬럼비아라는 회사가 레코드 소재를 플라스틱으로 바꿔 개발한 것이 LP입니다. 플라스틱 소재는 기존보다 홈을 가늘게 팔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더욱 긴 시간 동안 녹음할 수 있게 됐고 음질도 개선했답니다. LP는 1970년대에 연간 3억 장 이상 판매되는 등 한동안 큰 인기를 누렸어요. 그 뒤로 카세트테이프, CD, 스트리밍 등과 같은 신기술도 나오면서, 이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겁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죠? 음악을 즐기는 방법이 이처럼 편리하고 다양해진 지금, 사람들은 다시 LP를 찾고 있어요. 이처럼 우리가 지나쳐간 물건들은 시간이 흐르고 나면 다시 그리워질 때가 있는 겁니다. 지나간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LP에서 재생되는 음악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