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18세 때 겪은 탈북·태국 교도소 생활… 힘들었던 시절을 담담히 잘 이겨냈죠

입력 : 2024.01.08 03:30
[재밌다, 이 책!] 18세 때 겪은 탈북·태국 교도소 생활… 힘들었던 시절을 담담히 잘 이겨냈죠
외롭지만 불행하진 않아

이소원 지음|출판사 꿈공장플러스|가격 1만3000원


18세 때 탈북했던 경험을 10여 년이 지나 담담하게 돌아보는 에세이입니다.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저자는 어린 시절에 이미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글에는 조금의 자기 연민도 담지 않았어요. 그저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살며시 스케치하듯 그려냅니다. 이런 묵묵함이 읽는 이에게 오히려 힘을 주지요. 우리는 모두 큰 상처는 저마다 가슴에 묻어둔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저자가 아홉 살 때, 엄마가 행방불명됐어요. 북한 당국은 엄마가 탈북한 걸로 의심한 걸까요. 경찰 일을 하던 아빠가 갑자기 해고됐대요. 아빠는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자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행동했대요. 그래도 아빠는 재혼을 결심했고, 저자는 새엄마와 살게 돼요. 새엄마가 좋은 분이어서 다행이었대요. 그런데 엄마가 행방불명된 다음 해에 아빠까지 선박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후 저자는 동생과 떨어져 외할머니 집에서 지내게 돼요. 외할머니가 치매에 걸려 장사에서 손을 놓게 되자 병간호도 했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이모 집에서 다시 동생과 함께 지냈고요. 알고 보니 엄마는 중국으로 탈북해 새아빠와 재혼해서 살고 있었어요. 엄마는 먼저 저자를 탈북시켜 데려왔지만, 그다음에 무리해서 저자의 동생도 데려오려다 엄마가 그만 북송(北送·탈북자가 다시 북한으로 잡혀가는 일)되고 말아요. 또다시 부모를 잃은 저자는 새아빠와 함께 살게 됩니다. 북송된 엄마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 보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아요.

엄마 문제로 새아빠와 갈등을 겪던 저자는 한국에 오기 위해 태국으로 건너가요. 안전장치도 없는 작은 배에 일곱 명이 타고 '악어의 강'을 건너 태국 교도소에서 생활했대요.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가장 안전했으니까요. 이 모든 게 저자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일어났던 일이랍니다.

결국 한국에 오는 데 성공한 저자는 하나원, 대안학교를 거쳐 대학에 입학합니다. 북한에서 초등학교를 중퇴했던 저자가 피나는 노력으로 한국에서 대학 교육과정까지 마친 거예요. 매일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도 일기 쓰기를 멈추지 않고 있지요.

자신의 가장 어두웠던 시절을 어둡지 않게 이야기하는 작가. 그의 문장들을 손으로 짚어가며 한 줄 한 줄 읽어내려 가다 보면, 읽는 사람 역시 외로울 순 있어도 불행하진 않다는 걸 느끼게 돼요.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되기, 이별이 오지 않길 바라기보다는 이별하더라도 잘 이겨내기! 저자의 단단한 메시지를 기억하세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