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주인공이 찾는 '무언가'는 무엇일까? 서울 전통 시장 16곳으로 함께 떠나자
입력 : 2024.01.04 03:30
시장에 가면~
김정선 지음 | 출판사 길벗어린이 | 가격 3만9000원
김정선 지음 | 출판사 길벗어린이 | 가격 3만9000원
영국 작가 마틴 핸드퍼드의 그림책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는 세밀하게 묘사된 넓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독특한 그림으로 유명하죠. 이러한 풍의 그림책은 독일어로 '비멜부흐(Wimmelbuch·북적거리는 책)'라고 해요. '월리를 찾아라'처럼 많은 사람·동물·사물을 자세히 담아낸 그림책을 뜻하는 말이에요. 작가가 아주 정교하게 그려야 해서 엄청난 공이 들어간답니다.
김정선 작가의 신작 그림책 '시장에 가면~'이 이런 그림책이에요. 비멜부흐 그림책은 본문에 글자가 적은 것이 특징이랍니다. 복잡한 그림이 곧 이야기거든요. 글자 없이 그림만 보고도 수많은 이야기를 절로 떠올릴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시각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저자는 그동안 사랑스럽고 귀여운 그림과 이야기를 주로 선보였었는데요. 이번엔 일반적인 그림책보다 훨씬 큰 그림책을 만들었어요. 책 크기가 가로 34㎝, 세로 25㎝나 된답니다. 연극이나 영화에서 웅장하고 화려한 장면을 일컫는 '스펙터클(spectacle)'을 그림책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아침에 눈을 뜬 주인공 아이, 집 안을 열심히 뒤져 보지만 '무언가'가 사라졌어요. 주인공 아이는 강아지 토리와 함께 그 무언가를 찾으러 씩씩하게 길을 나서요. 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노량진 수산 시장'이에요. 각양각색 수산물이 있는 곳이죠. 아이는 우럭과 꽃게, 소라를 파는 가게 사이사이를 꼼꼼히 둘러봐요. 아이는 여기서 무언가를 찾진 못했지만 대신 생선 한 마리를 사서 장바구니에 담아 다음 목적지로 향해요. 이번에는 '고속버스 터미널 화훼 상가'예요. 화려한 꽃들이 가득한 곳이에요. 아이는 꽃 가게를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있어요?'라고 물어봐요. 하지만 이곳에도 아이가 찾는 무언가는 없네요. 예쁜 꽃 한 송이를 사고는 다음 시장으로 향해요. 양재 꽃 시장, 가락 시장, 서울 약령시, 경동 시장, 서울 풍물 시장, 동묘 시장, 창신동 문구 완구 시장, 동대문 시장, 청계천 헌책방 거리, 동대문 신발 도매 상가, 광장 시장, 방산 시장, 중부 시장 그리고 남대문 시장! 아이는 서울에 있는 16개 전통 시장을 돌며 계속 '무언가'를 찾아요.
시장 속 다양한 사람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오랜 전통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시장은, 다양한 물건만큼이나 다양한 사람의 삶으로 가득 차 있군요. 아 참! 아이와 토리는 사라진 무언가를 무사히 찾았을까요? 두 번 접혀 모두 펼치면 엄청나게 큰 그림 속엔 이렇게 적혀 있어요. "(시장에 가면) 과자도 있고, 간장도 있고, 김도 있고, 영양제도 있고, 국수도 있고, 그리고…" 아이와 토리는 애타게 찾던 그 무언가를 드디어 찾아냈나 봐요. 이렇게 크게 외쳐요. "우리 할머니가 있지!"
김성신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