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기온 오르자 곡물 생산량 줄어… 세계 2억5800만명이 '극심한 식량 불안'

입력 : 2023.12.28 03:30

식량 위기

지난 7월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 내린 집중호우로 상추를 키우는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긴 모습. /신현종 기자
지난 7월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 내린 집중호우로 상추를 키우는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긴 모습. /신현종 기자
세계적으로 식량 공급 전망이 심상치 않습니다. 식량 생산량이 기후변화로 매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죠. 유엔세계식량계획(UNWFP)·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하는 '세계 식량 위기 대응 글로벌 네트워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극심한 식량 불안'을 겪는 세계 인구는 58국 2억5800만명으로 추산돼 2021년보다 6500만명(34%) 늘어났습니다. 식량 위기는 폭염, 가뭄, 홍수, 혹한 등으로 식량 생산이 줄어들며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세라 거 영국 엑서터대 교수는 "인류는 코로나 같은 질병에 걸려 사망하기 전에 영양실조로 사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는 식량 위기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첫째, 기후변화에 따른 높은 온도, 물 고갈, 가뭄, 홍수, 대기 중 이산화탄소 축적 등은 식량 생산량을 줄입니다. 둘째, 기후변화로 재난이 일어나면 식량 공급망이 무너집니다. 식량 가격이 상승하면서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 구매가 힘들어지죠. 셋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농작물이 너무 많은 이산화탄소를 갖게 됩니다. 이산화탄소가 지나치게 많은 농작물은 단백질과 아연, 철분 함량이 감소해 영양가가 줄어듭니다. 넷째, 기후변화로 버려지는 식량이 많아집니다. 가뭄이 심한 지역에서 재배한 작물은 습도가 높은 저장 시설로 옮겨질 때 곰팡이가 생기거나 해충 피해를 보 기 쉽습니다. 또 홍수로 작물에 독성 곰팡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곡물은 기온 상승에 매우 취약합니다. 텍사스A&M대 앤드루 데슬러 교수는 "주요 농업 작물의 광합성 능력은 섭씨 20~25도에서 가장 활발하고, 30도가 넘으면 광합성이 어려워져 기온이 높을수록 생산량이 줄어든다"고 했어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아 기온이 지금 추세로 오르면 21세기 말, 밀 생산량이 지금보다 20~30%나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어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16국 밀 관련 학자 53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 밀 생산량은 6%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답니다.

우리나라도 멀지 않은 미래에 식량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1대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낸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앞으로 20~30년간 우리나라에 제일 중요한 문제는 식량 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남재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도 "우리나라는 기후 위기로 2050년 이전에 식량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 곡물 수입국입니다. 식량 자급률이 1990년대까지만 해도 70%였지만, 2021년에는 4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따라서 국제 식량 가격 상승에 매우 취약하죠. 식량 위기에 미리미리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