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눈 와야 볼 수 있는 '특별한 친구' 눈사람… 생쥐들이 힘 모아 생일 파티 열어줬어요
입력 : 2023.12.28 03:30
와, 눈이다!
"드디어 눈이 와! 그럼 시작해 볼까?" 장난기 가득한 생쥐 열두 마리가 눈이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뭔가를 하네요. 언덕을 오르며 눈을 굴려 커다랗게 만들어요. 대체 뭘 하려는 걸까요? 궁금하니 물어보죠. "눈사람을 만들 거야?" 그러자 눈을 굴리던 생쥐는 "아냐. 아이스크림을 만들 거야!" 하고 대답하네요. 생쥐들은 힘을 모아 자기 몸보다 몇 배는 더 큰 아이스크림 콘을 만들어요. 아이스크림을 눈이 내리는 겨울 벌판에 나무처럼 잔뜩 세우고 있어요.
책장을 넘기자 생쥐들이 "눈을 차곡차곡 쌓아 눈 벽돌을 만들자"고 하네요. 얼음으로 짓는 에스키모의 집 이글루라도 만드는 걸까요? 궁금하네요. 또 물어보죠. "집을 지을 거야?" 그러자 생쥐들이 대답해요. "아니, 아니. 그릇을 만들어서…." 생쥐들은 이렇게 거대한 그릇에 도대체 뭘 담으려는 걸까요? 생쥐들은 대답해요. "눈 가득 팥과 떡을 올려 시원한 팥빙수를 만들 거지!"
아니, 눈이 펑펑 내리는 추운 겨울에 아이스크림도 모자라 팥빙수까지 만든다고요? 그걸 또 얼음 그릇에 담고요? 이 생쥐들은 추위도 모르는 친구들인가요? 뭘 하느냐 묻는 말에 생쥐들은 쉽게 대답해주지만,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네요.
그런데 이번엔 고양이가 등장했어요. 생쥐들을 잡아먹으려고 왔을까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생쥐들은 태연자약, 하나도 놀라지 않아요. "걱정 마. 우리를 도와주는 거야. 고양이 발자국에 눈을 부어 얼리면 짜잔! 아삭한 얼음과자를 만들 수 있거든." 생쥐들은 커다란 깡통에 눈을 꾹꾹 눌러 담고 깡통을 뒤집어 싱싱한 딸기까지 얹었어요. 예쁜 케이크가 완성됐네요.
생쥐 한 마리가 이렇게 외쳐요. "파티 준비 끝!" 그러자 생쥐들은 "와!" 하고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네요. "그럼 이제 파티 주인공을 불러 볼까?" 생쥐 하나가 커다란 도토리에 달린 줄을 잡아당기자 펑 하고 터지며 알록달록한 색종이가 하늘을 뒤덮어요.
과연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눈이 내려야만 만날 수 있는 세상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친구, 바로 '눈사람'이었어요. 생쥐들이 눈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 것도 바로 눈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네요. 생쥐들은 눈이 내리는 날 단 하루를 사는 눈사람에게 다정한 축하 인사를 건넵니다.
작가는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밤, 집 앞에서 눈사람을 봤다고 해요. 그날따라 덩그러니 혼자 서 있는 눈사람이 무척 쓸쓸해 보였다네요. 그래서 '오늘 태어난 눈사람의 생일을 축하해 줘야겠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모두 잠든 시간, 눈사람보다 작은 어떤 존재들이 힘을 합쳐 파티를 준비하고 생일을 축하해 주는 모습을 떠올리며 작가는 이 그림책을 지었대요. 가장 차가운 것들을 만들어 가장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생쥐들 이야기가 참 아름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