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공룡처럼 생긴 새… 거북·어린 악어도 잡아먹어

입력 : 2023.12.27 03:30

넓적부리황새

넓적부리황새는 생김새가 보통 황새하면 떠오르는 늘씬한 다리나 길고 뾰족한 부리와 거리가 멀어요.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
넓적부리황새는 생김새가 보통 황새하면 떠오르는 늘씬한 다리나 길고 뾰족한 부리와 거리가 멀어요.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
얼마 전 동물보호단체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에서 아프리카에 사는 매력적인 야생 동물 11종을 소개했어요. 중·동부 아프리카 늪지대에 사는 넓적부리황새도 포함됐답니다. 넓적부리황새는 우리가 아는 황새의 모습과 거리가 멀어요. 다 자라면 두 발을 딛고 서 있을 때 키가 1.5m로 어린 아이와 맞먹어요. 그 어느 새보다 전체 몸집에 비해 큰 머리를 갖고 있어요. 넓적하고 둥그스름하게 휜 부리 끝은 날카롭게 구부러져 있어요.

이런 생김새 때문에 넓적부리황새는 "공룡이 지금껏 살아있으면 이렇게 생겼을 것"이라는 얘기를 종종 듣고 있죠. 과학자들은 이 새를 한때 황새 한 종류로 분류했지만, 지금은 독자적인 종(種)으로 구분하고 있답니다. 물풀이 우거진 늪지대에서 무리생활을 하지 않고 혼자 외롭게 살기 때문에 사람 눈에 좀처럼 띄지 않아요. 넓적하고 둥글둥글한 부리가 마치 신발을 닮은 것 같다고 해서 영어 이름은 '슈빌(shoebill)'이죠.

얼핏 보면 오싹하고 무시무시한 느낌도 주는 이런 생김새는 사실은 늪지 생활에 알맞게 적응한 결과입니다. 넓적부리황새는 늪에 사는 물고기인 메기와 폐어(肺魚)를 비롯해 뱀과 거북, 개구리, 심지어 어린 악어까지 잡아먹는 육식성이에요. 사냥할 때는 한참 동안 꿈쩍도 않고 가만히 서 있다가 먹잇감이 포착되면 부리를 단숨에 아래로 내리꽂아요. 큼지막한 부리 덕에 버둥거리는 먹잇감을 놓치지 않고 입속에 가둘 수 있어요. 이렇게 잡은 먹잇감이 자잘한 크기면 바로 목구멍으로 꿀꺽 넘겨버리고요. 통째로 삼키기에 부담스러운 크기면 날카로운 부리 끝으로 조각 낸 다음 먹는답니다.

넓적부리황새가 좋아하는 사냥터는 수심이 얕은 곳이에요. 산소가 넉넉하지 않아 물고기가 물 위로 자주 올라오기 때문에 사냥이 어렵지 않은 곳이죠.

평소 거의 소리를 내지 않고 살금살금 움직이는 넓적부리황새는 번식·육아철이 되면 소란스러워져요. 암컷과 수컷이 상대방을 향해 구애 행동을 할 때 커다란 부리를 맞부딪쳐 '딱, 딱' 소리를 내거든요. 둥지를 틀고 알 2~3개를 낳으면 한 달쯤 있다가 부화하는데,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 알을 품는답니다.

부모 새는 뙤약볕에 알과 둥지가 말라붙는 일이 없도록 하루 대여섯 차례 물을 뿌려줘요. 이때도 큼지막한 부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입에 물을 머금고 와서 둥지 곳곳에 뿌리고 알을 굴려주면서 적정한 온도를 유지해줍니다. 부화한 새끼는 넉 달 정도 있다가 독립한대요. 부모 새는 생후 첫 달에는 부드럽고 잘게 간 먹이를 주기 시작해 차츰 새끼가 먹잇감을 삼키도록 훈련시킨대요.

넓적부리황새가 분포하는 아프리카 중·동부는 오랫동안 분쟁을 겪고 있거나, 지하자원을 개발한다는 이유로 늪지나 숲이 파괴되고 있는 곳이 많아요. 또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전시용으로 거래하기 위해 어른 새나 알을 불법 포획하는 일도 끊이지 않아 보호 대책이 시급하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