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1384년 독일서 단식 기간 후 시장 열어 겨울용품 사고팔았죠

입력 : 2023.12.26 03:30

크리스마스 마켓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크리스마스 마켓. /뉴시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크리스마스 마켓. /뉴시스
다음 달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과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요. 아기자기한 공예품과 먹거리를 구경하고 살 수 있죠. 크리스마스 마켓의 원조(元祖)는 독일인데, 지금은 영국·체코·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어요.

크리스마스 마켓에 대한 오래된 기록은 1384년 독일 바우첸이라는 지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전 일요일 4번을 포함한 대림절(待臨節) 단식 기간이 끝난 후 하루 동안 열린 시장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유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장은 그 지역 제후 허가를 받아 열렸는데, 먹을 것과 겨울나기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게 했대요. 이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먹거리 등을 사고팔던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 전통 풍습이 지금까지 잘 보존된 사례예요.

유럽에서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 몇 군데를 알아볼까요? 첫째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습니다. 독일의 대표적 교역 도시였던 프랑크푸르트에서는 1393년 처음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어요. 지역 상인과 제조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외지 상인은 물건을 팔 수 없게 했어요.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상품은 호두까기 인형입니다. 이 지역에서 1870년쯤 호두까기 인형과 쥐의 싸움에 대한 환상적 내용의 동화가 유행했는데, 그때부터 호두까기 인형이 잘 팔렸다고 합니다.

독일 드레스덴의 '슈트리첼 크리스마스 마켓'도 유명해요. 이 시장은 1434년 12월 23일 당시 통치자였던 프리드리히 2세의 아량으로 하루 동안 열린 정육 시장이 기원이라고 해요. 드레스덴에서는 '슈톨렌'이라는 빵을 슈트리첼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슈톨렌은 말린 과일과 설탕에 절인 과일 껍질, 럼주, 버터, 견과류를 넣고 만든 큰 빵으로 겉에 하얀 설탕 가루를 듬뿍 뿌린 것이 특징이랍니다.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때 주로 먹었어요.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트리가 유래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습니다. 스트라스부르는 현재 프랑스 영토지만, 과거 독일 영토인 시절이 있었어요. 크리스마스트리로 전나무를 사용한 발상지로 알려져 있죠. 1605년 이 지역 여행기에는 크리스마스에 색종이로 만든 장미꽃과 사과, 설탕 등으로 나무를 장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이렇게 장식한 나무가 17세기 독일 궁정에서 유행했고, 18세기 이후 영국 하노버 왕조가 이 풍습을 받아들이면서 크리스마스트리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죠.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은 이러한 전통에 걸맞게 전나무와 트리에 걸 수 있는 장식품을 판답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사실 유럽의 수백 년 전통이 담겨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만큼 한번쯤 방문해 새로운 문화를 접해보면 좋겠습니다.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