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420년 전 출간된 셰익스피어 비극… '선과 악' 사이 주저하는 인간 그려

입력 : 2023.12.26 03:30

햄릿

1603년 출간된 ‘햄릿’ 초판. /미국 헌팅턴도서관
1603년 출간된 ‘햄릿’ 초판. /미국 헌팅턴도서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구나. 성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마음속으로 견디는 것이 더 고귀한 일이냐, 아니면 고통의 바다에 맞서 끝까지 대적하여 끝장을 내는 것이 더 고귀한 일이냐."

'한 시대가 아닌 모든 시대를 위한 작가'로 평가받는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희곡 '햄릿'은 1603년 출간 이후 4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작품이에요.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와 함께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이라고 하죠. 영화, 연극, 뮤지컬, TV 드라마,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번 재탄생했어요.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고,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의 이유를 묻는 주인공 햄릿은 '회의(懷疑)하는 인간'의 전형이에요.

덴마크 왕자 햄릿은 부왕(父王)의 죽음으로 깊은 슬픔에 잠겼어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삼촌 클로디우스가 아버지를 독살했다는 소문과 함께 어머니 거트루드가 왕이 된 삼촌과 결혼하며 더욱 큰 충격에 빠졌죠. 삼촌에 대한 분노,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햄릿의 마음을 짓눌렀어요. 햄릿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아버지의 유령을 만나요. 아버지의 유령은 오랫동안 왕의 자리를 탐한 동생 클로디우스에게 복수해 달라 부탁하고 사라져요.

햄릿은 복수를 다짐하면서도 또 한번 의심해요. 햄릿은 한 극단을 불러들여 왕의 귀에 독을 붓는 동생 모습이 담긴 연극을 무대에 올려요. 클로디우스가 불쾌한 심경을 억누르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햄릿은 모든 것이 사실임을 확신해요.

이제 남은 것은 복수뿐. 어느 날인가, 클로디우스가 혼자 기도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햄릿은 그를 죽이고자 칼을 빼 들어요. 하지만 '기도로써 영혼을 깨끗이 씻는 중에' 그를 죽이면 그가 천국으로 갈까 봐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해요. 신중한 햄릿이지만 한순간 충동적이기도 했어요. 그는 어머니와 하는 대화를 휘장 뒤에서 엿듣던 폴로니우스를 클로디우스로 착각하고 그대로 찔러 죽여요.

이런 와중에 클로디우스는 햄릿을 제거하려 음모를 꾸며요. 살인죄를 면하기 어려운 햄릿에게 영국으로 도망가라고 하는 한편, 영국에는 밀서(密書)를 보내 햄릿이 도착하는 즉시 죽이라고 하죠. 햄릿은 우여곡절 끝에 살아 돌아오지만, 폴로니우스의 아들 레어티스와 검술 대결을 치르게 돼요. 대결에서 진 레어티스는 왕과 자신이 계략을 짜고 칼 끝에 독을 묻혔다고 알려주고는 죽어요. 독이 묻은 칼에 상처를 입은 햄릿은 마지막 힘을 다해 클로디우스왕을 찔러 죽여요. 왕비 역시 햄릿을 독살할 목적으로 둔 술을 마시고 서서히 죽어가요. 햄릿은 죽기 전 한 친구에게 이 모든 일의 진실을 사람들에게 알려달라 부탁하고 눈을 감아요.

'햄릿'은 선과 악을 선택할 때 모든 사람이 양면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