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상어와 관련 없어… 검붉은 알은 고급 식자재
입력 : 2023.12.20 03:30
철갑상어
- ▲ 철갑상어는 상어처럼 위아래에 꼬리지느러미가 있지만, 상어와 전혀 관련 없는 물고기예요. /브리태니커
철갑상어의 조상은 약 2억년 전 지구 위에 나타났어요. 지금 모습과 거의 변함이 없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려요. 철갑상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몸통은 철갑을 두른 것처럼 마름모꼴의 단단한 비늘로 덮여 있어요. '경린(硬鱗)'이라 부르는 이 비늘은 다른 물고기 비늘과 달리 뼈 같은 재질로 돼 있어요. 딱딱한 비늘이 포식자의 공격이나 기생충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주지만, 헤엄칠 때 방해가 된다는 단점도 있어요. 이런 비늘은 진화 초기 원시적 경골어류에서 주로 볼 수 있어요. 입 주변에는 두 쌍의 수염이 달렸어요. 메기나 잉어 수염과 마찬가지로 먹잇감을 찾는 안테나 역할을 하죠. 납작한 턱 아래 달린 입으로 바닥을 훑으면서 지렁이나 새우,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답니다.
철갑상어는 전 세계에 25종류가 알려져 있어요. 이 중에 어떤 종류는 강이나 호수 등 민물에만 살고, 어떤 종류는 바다와 민물을 오가면서 살아요. 연어처럼 알은 민물에서 낳지만, 어른 고기가 되면 넓은 바다에서 살아가는 종류도 있죠. 철갑상어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리지만 오래 사는 것으로 유명해요. 사는 지역과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태어나서 10~20년이 돼야 번식을 할 수 있고, 70살까지는 거뜬히 살 수 있대요. 특히 몸길이가 5m 넘는 철갑상어는 100살 넘었을 가능성이 크대요. 러시아에선 몸길이 8.5m, 몸무게 1.3t짜리도 잡혔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철갑상어를 볼 수 있었대요. 서해와 남해로 흘러드는 큰 강 하구와 연안, 그리고 금강·대동강·압록강에서도 잡혔다는 기록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자연산 철갑상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한강에서 아주 드물게 잡히긴 하지만, 대개는 사람이 기르다 풀어놓은 경우래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철갑상어는 주로 외래종 철갑상어랍니다.
소금에 절인 검붉은 철갑상어 알은 '캐비아'라고 하는데, 독특한 풍미와 식감 때문에 송로버섯, 푸아그라(거위 간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알려져 있어요. 철갑상어를 양식하는 목적은 주로 알을 얻기 위해서예요. 회나 매운탕, 구이 요리로는 잘 먹지 않아요. 알 채취는 산란 전 암컷 배를 갈라 난소 속에 있는 알을 꺼내는 방식으로 해요. 알은 한 번만 채취할 수 있죠. 미국 등 일부 양식장에서는 철갑상어를 죽이지 않고 알을 짜내는 방법을 도입하고 있대요.
도움말=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송하윤 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