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日 '김초밥'서 식초 빼고 김에 참기름 바른 게 한국식
입력 : 2023.12.19 03:30
김밥
- ▲ 서울 한 대형 마트에 진열된 김밥. /연합뉴스
김은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먹어 온 식재료예요. 삼국시대에 김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세종실록지리지'나 '동국여지승람' 등 조선 초기 문헌에도 김과 관련된 기록이 있어요. 특히 '동국세시기'나 '세시풍요' 같은 책에는 밥을 김에 싸 먹는 문화가 기록돼 있는데, 이 음식은 '복쌈'이라고 불렀습니다. 정월 대보름에 복을 부르고자 김이나 채소로 밥을 싸 먹는 풍습인데, 김에 기름을 바르고 소금과 설탕을 뿌려 석쇠에 구운 뒤 밥을 싸 먹었다고 합니다. 당시 김이나 기름·설탕 등은 서민이 구하기 어려운 재료였기 때문에 지금처럼 간단한 한 끼보다는 명절에나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에 가까웠습니다.
김과 밥을 함께 싸 먹는 문화는 우리나라에서 비롯됐으나,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김밥은 일본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일본에서 18세기 전후로 등장한 '김초밥(노리마키)'이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이것이 점차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맞게 변형되면서 토착화했죠. 신문에 '일본 김밥 같은 것을 만들려면 굵은 쌀로 밥을 짓는 것이 좋다'는 정보가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또 1930년 신문 기사에는 '한국식 김은 얇기 때문에 일본식 김초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본 김을 사용하거나, 한국식 김을 두 장 겹쳐서 사용하라'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이를 통해 당시에는 종전 우리나라에 있던 '복쌈' 같은 김쌈밥에서 비롯한 전통 방식과 김초밥에서 비롯한 일본 방식이 공존했음을 알 수 있죠.
시간이 지나자 일본식 김초밥은 우리나라 입맛에 맞게 바뀌었습니다. 1939년 일간지에는 홍선표라는 인물이 도시락 반찬에 관해 쓴 기사가 실렸는데, 조선 김을 쓰고 속재료로는 장조림이나 김치 등 우리나라 반찬을 넣어 만든 김밥을 소개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본식 김초밥이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기술 발달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김밥이 달라지는 데 기여했어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학생들 소풍용 김밥에 일본식 김초밥처럼 식초를 넣은 밥을 썼습니다. 김밥이 상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죠. 하지만 냉장고가 널리 보급돼 재료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자 아침에 싸 놓은 김밥이라면 점심까지는 크게 상하지 않게 됐어요. 그러면서 식초가 빠지고, 참기름을 바른 김에 다양한 속 재료를 넣은 '한국식 김밥'이 완성됐습니다. 일본에서도 한국식 김밥은 '기무바푸'로, 일본식 김초밥은 '노리마키'로 불러 두 요리를 완전히 별개 음식으로 구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