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좋은 엄마' 아니라고 자책 마세요… 아이 키우는 상황 따라 기준 달라요
입력 : 2023.12.18 03:30
좋은 엄마 학교
'좋은 엄마'라는 개념을 들여다보고, 질문을 던지는 장편소설이에요. '엄마'의 역할과 '모성애'라는 단어에 내재된 복잡한 의미를 일깨워주죠. 소설가이며 동시에 엄마인 저자는 주인공 '프리다'를 통해 사회적 기대와 개인적 열망 사이에서 엄마들이 어떤 내적 투쟁을 하는지 보여줘요. 프리다는 사랑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엄마'죠.
30대 후반 중국계 여성 프리다는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었어요. 혼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매일매일 지치는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지독하게 일이 꼬여버린 9월 첫째 화요일 오후, 며칠간 아픈 딸을 돌보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한 프리다는 카페에 커피를 사러 가서 멍하니 있다 두 시간 뒤 돌아와요.
그 뒤 프리다의 세상은 무너져요. 18개월 된 딸 해리엇을 두 시간 동안 혼자 둔 프리다는 재판을 거쳐 법적 처벌을 받게 돼요. 이제 프리다는 '엄마 학교'에서 진짜 딸 대신 인형 에마뉘엘을 돌보며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딜레마가 생겨요. 프리다가 진짜 딸인 해리엇과 조금이라도 오래 통화하려고 하면 인형 딸 에마뉘엘을 잘 돌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아요. 그렇다고 에마뉘엘 돌보기에만 몰두한다면 진짜 딸인 해리엇과 사이가 멀어지겠죠.
이처럼 저자는 프리다를 본질적으로 '나쁜' 사람으로 낙인 찍기보다, 복잡한 상황을 탐구하면서 프리다가 처한 곤경을 다각도로 살펴요. 이 소설에서 프리다는 끊임없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회는 노력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해요.
저자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거예요. 프리다를 옭아매는 보이지 않는 사슬이 있다는 거죠. 그리고 질문을 던져요. 모성의 본질을 특정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는지, '좋은 엄마'란 대체 무엇인지 말이에요. 결국 이 소설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코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어 자책하는 이 땅의 엄마들을 위로한다고 볼 수 있어요. 또 엄마들의 고민을 잊은 사회 단면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죠.
10대들은 아직 어머니가 겪는 어려움, 가족이라는 유대감과 그 본질을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 시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어떤 교육도 없이 엄마가 되죠. 그러고 나면 왜 우리 사회에 '엄마 교육'이 없었을까에 대해 의문을 갖게 돼요. 이 책은 단순한 소설 속 이야기 그 이상을 제공해요. 이 소설을 통해 '좋은 엄마'란 무엇인지 깊이 살피면서 진짜 엄마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