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바닷속 생물 잔해 눈처럼 내려… 1㎝ 쌓이는 데 1000년 걸려

입력 : 2023.12.14 03:30

바다눈

수중 카메라로 촬영한 바다눈. /미국 스미스소니언
수중 카메라로 촬영한 바다눈. /미국 스미스소니언
눈이 내려야 겨울다운 겨울이 됩니다.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눈이 없으면 왠지 서운하죠. 그런데 눈은 육지뿐만 아니라 바닷속에서도 내립니다. 바로 '바다눈(marine snow)'입니다. 바다 깊은 곳에서 위에서 아래로 조용히 떨어집니다. 수중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보면, 마치 육지에서 함박눈이 내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바다눈은 한여름은 물론이고 1년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내린답니다.

바다눈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다눈은 생물 사체에서 만들어집니다. 물고기가 죽으면 수많은 바다 생물의 먹이가 되는데, 먹고 남은 조각과 뼈 부스러기가 바다눈이 되어 깊은 곳으로 떨어져 내리죠. 조개 껍데기도 잘게 바스러져 바다눈이 됩니다. 대개 덩어리나 긴 실처럼 생긴 하얀 입자 모양입니다.

이런 '눈송이'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것은 박테리아와 플랑크톤이랍니다. 이들이 배출하는 점액과 자연 부산물이 함께 모여 눈처럼 내리는 것이죠. 바다눈으로 만들어진 심해 퇴적물이 1㎝ 쌓이는 데는 평균 1000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깊은 바다 밑은 빛이 없어 깜깜하고 으스스해요. 심해저(深海底)에 사는 생물들은 엄청난 압력과 추위, 어둠을 이겨내고 꿋꿋이 살아가고 있어요. 이들에겐 해저로 내려오는 바다눈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바다눈을 이루는 유기물은 대부분은 바다를 떠다니다 1000m 이내에서 미생물이나 동물성 플랑크톤, 포식성 동물들이 소비해요. 남은 바다눈은 심해 생태계에 도움을 주죠. 심해에는 햇볕이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원을 구하기 위해 바다눈에 상당히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바다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나 해삼, 말미잘은 바다눈을 받아 먹고 산답니다.

바다눈은 바다 생태계와 성분에도 영향을 줍니다. 바닷물 성분은 장소에 따라 조금씩 변하지만, 표면층에서 하층까지 깊이에 따라서도 변한답니다. 태양 빛이 닿는 수심 약 100~200m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질소를 소비하기 때문에 질소 양이 적습니다. 하지만 바닷속 깊은 곳으로 갈수록 표면에서 가라앉은 플랑크톤 사체가 분해되면서 질소 농도가 높아집니다. 심해에선 바다눈이 녹으면서 질산 등 영양소가 풍부해진답니다.

만약 태풍이 바닷물을 휘저어 심층수가 표면층까지 올라오면 어떻게 될까요? 영양분이 풍부해져 플랑크톤이 늘어나고, 덩달아 각종 수산 자원이 많아지게 됩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의 배가 태풍 뒤를 따라가며 엄청나게 많은 새우를 잡아 대박을 터뜨리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랍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