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수백만개의 도미노 줄 세운 현장에 참새가 날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

입력 : 2023.12.14 03:30
[재밌다, 이 책!] 수백만개의 도미노 줄 세운 현장에 참새가 날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
참새와 도미노

조우영 지음|출판사 바람의아이들|가격 1만9800원

도미노 게임을 한 번쯤은 보았을 거예요. 납작한 직육면체 조각 여러 개를 줄지어 세운 후 하나를 넘어뜨려 다른 조각들이 차례로 쓰러지게 하는 놀이죠. 하지만 도미노는 원래 18세기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카드놀이 도구였어요. 게임을 위해 각기 다른 숫자가 표시된 납작한 상아 패를 사용했는데, 이것의 이름이 바로 도미노였어요. 하지만 넘어뜨리기 놀이가 훨씬 재미있다 보니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된 것이죠. 바둑돌로 알까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네요.

책은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쳐요. 2005년 11월 네덜란드 한 방송국에서 '도미노 데이'라는 이름의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도미노 게임 세계 신기록에 도전하는 내용이었죠. 100명 이상이 두 달 가까이 노력해서 무려 415만5476개의 도미노를 세웠어요. 도미노가 모두 쓰러지는 데 2시간 이상 걸렸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상도 안 되네요. 이 도전은 성공해서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어요.

그런데 준비 과정에서 어떤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 알려졌어요. 도미노 수백만개를 이미 세워둔 현장에 참새 한 마리가 창문을 통해 날아든 거예요. 그런데 이 참새가 하필 도미노 위에 앉았어요.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의 엄청난 수고가 들어간 프로젝트가 한순간 끝장날 위기였죠. 현장의 직원들은 도미노가 쓰러지지 않도록 참새를 향해 공기총을 발사했고, 참새는 죽었어요. 이렇게 도미노를 지켜 목표를 달성했지만, 참새의 비극이 알려지며 거센 비판이 쏟아졌어요. 참새의 죽음을 애도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열리기도 했어요.

조우영 작가는 어느 날 뉴스를 보다가 이 이야기를 알게 됐어요. 참새는 잠깐 놀러 왔을지도 모를 일인데 너무나 안타까웠고, 그로부터 세월이 많이 흘러도 잊히지 않았다고 해요. 참새도 우리도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책 속 삽화도 독특해요. 대상을 일일이 지점토로 빚은 후 여기에 색칠해서 촬영하고, 컴퓨터 작업을 거쳐 후가공하는 방식으로 완성했어요. 그래서 무수히 많은 도미노가 늘어서 있는 장면에서는 입체감과 공간감을 느낄 수 있어요.

실제 사건과는 달리 책 속에선 참새가 죽지 않아요. 공기총이 빗나갔거든요. 대신 도미노 위에 내려앉았던 참새가 작은 조각 하나를 물고 날아가 버리죠. 거대한 도미노 게임 한가운데 빠진 조각은 수습할 수가 없어요. 당황한 사람들이 모든 걸 포기한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져요. 참새가 도미노 조각 대신 빨간 꽃 한 송이를 물고 돌아와 빈자리에 꽃을 떨어뜨렸거든요. 그러자 꽃이 도미노를 넘어뜨리기 시작해요. 참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미노의 시작을 선사한 셈이에요. 작가는 조심조심 도미노를 쌓는 사람들과 참새 중 그 어느 쪽 편도 섣불리 들지 않아요. 우리가 둘의 입장에서 더 많이 생각해보라는 의미랍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