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325] '휑하다'와 '횡하다'

입력 : 2023.12.13 03:30
­[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325] '휑하다'와 '횡하다'
*요즘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정수리가 횡한 것 같아 기분이 울적하다.

*감기로 며칠 앓고 나더니 동생 눈이 횡해졌다.


위 문장에서 틀리는 말을 찾아 고쳐보세요. '횡한'은 '휑한'으로, '횡해졌다'는 '휑해졌다'로 바꿔야 해요.

'휑하다'는 '무슨 일에나 막힘이 없이 다 잘 알아 매우 환하다' '구멍 따위가 막힌 데 없이 매우 시원스럽게 뚫려 있다' '속이 비고 넓기만 하여 매우 허전하다' '눈이 쑥 들어가 보이고 정기가 없다' 등 여러 뜻이 있어요. 차례대로 예를 들면 '형은 내 친구들을 휑하게 꿰고 있어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기차가 휑하게 뚫린 터널을 빠져나가고 있다' '거실에 가구가 없어서 그런지 매우 휑하게 보인다' '휑한 눈빛으로 그녀는 열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와 같이 써요.

'넓은 광장이 횡하게 비어 있다' '집 옆에 횡하게 비어 있는 공간' '도로가 횡하게 뚫려 금세 도착했다' 등과 같이 틀리게 쓰는 일이 많아요. 아마 'ㅚ'와 'ㅞ' 발음을 분명히 구별하기 어렵고, '휑' 자보다는 '횡' 자가 더 익숙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문] 

―추수가 끝난 들판은 너무 휑해서 불과 얼마 전의 황금 들판이 연상되지 않았다.

­―휑한 목에 머플러를 두르면 분위기도 살리면서 목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엄마는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빈자리가 휑하게 드러나 예전만큼 외가에 자주 가고 싶지 않다고 하신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전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