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전염병으로 봉쇄된 도시 속 사람들… 위기 때 인간 본연의 모습 발견되죠
입력 : 2023.12.12 03:30
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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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스트’ 초판 표지. /위키피디아
코로나 팬데믹 당시를 기억하나요? 감염된 사람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혹시 감염될까 노심초사했었죠. 알베르 카뮈(1913~1960)의 '페스트'에 나오는 위 문장을 조금 바꿔보면, 당시 우리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코로나 환자'였던 셈이죠. 1947년 출간된 '페스트'는 "20세기 프랑스 문학이 남긴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프랑스에서만 지금까지 500만 부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예요. 전염병으로 폐쇄된 도시에서 극한의 절망과 마주한 인간 군상을 그린 '페스트'는 감염병을 소재로 한 영화와 TV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에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알제리 해안에 있는 작은 마을 '오랑'은 작고 평온한 도시였어요. 의사 베르나르 리외가 죽은 쥐를 발견한 것은 4월 16일 아침이었죠. 그러나 며칠 사이 죽은 쥐의 수가 갈수록 늘어났고, 수거되는 쥐 사체도 매일 아침 더 많아졌어요. 곧바로 종기가 나는 사람, 열이 40도까지 오르는 사람이 생겨났어요. 보름 정도 지나자 피를 흘리고 사지를 비틀면서 사람들이 죽어갔어요. 사망자가 30명을 넘자 정부는 '페스트 사태를 선언하고 도시를 폐쇄하라'는 지침을 내려요. 오가는 길이 막혔지만, 사람들은 비교적 덤덤했어요.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카페 테라스에 앉아 농담을 주고받아요. 그저 페스트를 '예기치 않게 찾아온 것처럼 언젠가는 떠날 불쾌한 방문객'으로 생각했던 거죠.
기자 랑베르는 막힌 도시를 뚫고 나갈 궁리만 하는 인물이에요. 사랑하는 여인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가 행복을 되찾는 게 그의 유일한 목적이죠. 파늘루 신부는 페스트가 '사악한 인간들에 대한 신의 징벌'이라며 마을 사람들의 두려움을 자극해요. 다만 재앙이 끝은 아니며, 인간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고 주장하죠. 의사 리외와 타루는 페스트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이에요. 리외는 의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마을 사람들을 치료하는 인물이고, 여행객 타루는 페스트와 싸울 '보건대'를 구성하려고 애를 써요. 베일에 가려진 인물 타루는 단지 여행객일 뿐인데도, 사람들을 살려야 한다는 몸부림만큼은 간절해요.
카뮈가 평생 문학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투쟁하는 인간'의 모습은 리외와 타루에게 나타나요. 물론 랑베르와 파늘루 신부의 선택도 처한 상황에 비춰보면 그들에게 있어서는 최선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만 전염병 때문에 느슨해진 치안을 틈타 밀수 등을 통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죠.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재앙에 대비해야 할까요? 카뮈의 '페스트'는 해답은 아닐지라도, 인간으로서 추구해야 할 본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