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고대 중국은 구리통에 숯 넣어 휴대… 첫 현대식은 1923년 日이 만들어

입력 : 2023.12.05 03:30

손난로

'월만청유도(月曼淸遊圖)' 일부(위). 한 여성(맨 앞)이 휴대용 난로로 보이는 물건을 손에 들고 있어요. 아래 사진은 17세기 중국 명나라 때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용 난로. /중국 고궁박물원·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월만청유도(月曼淸遊圖)' 일부(위). 한 여성(맨 앞)이 휴대용 난로로 보이는 물건을 손에 들고 있어요. 아래 사진은 17세기 중국 명나라 때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용 난로. /중국 고궁박물원·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12월에 접어들었습니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추운 겨울 군인이나 경찰처럼 야외에서 많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손난로는 필수라고 할 수 있죠. 흔들어서 열을 내는 핫팩부터 휴대전화 충전기로 충전해서 쓰는 손난로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손난로 발명 이전에는 추위를 어떻게 버텼을까요? 손난로의 역사를 알아보겠습니다.

핫팩이 나오기 전 손난로 역할을 한 것은 조약돌입니다. 손에 쥐거나 품에 넣기 좋은 크기의 조약돌을 불에 달궈 휴대하는 식으로 손난로처럼 사용했어요.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크기로 난로를 만들어 휴대하기도 했어요. 고대 중국에서 사용한 방식인데, 주로 구리로 만든 휴대용 난로에 숯 등 열을 내는 물건을 넣고 들고 다니면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중국 청나라 건륭제 시절 화가 진매(陳枚)가 궁중 생활을 묘사한 그림 모음집 '월만청유도(月曼淸遊圖)'에 이러한 모습이 나타나 있어요. 추운 겨울날 여인이 휴대용 난로를 들고 있는 그림이죠. 이러한 형태의 휴대용 난로는 인도나 중동 지역에서도 발견되며, 유럽 지역에서는 도자기 손난로가 있었습니다.

최초의 현대식 손난로 특허는 1891년 조너선 엘리스라는 미국인이 등록했어요. 특허장 내용을 살펴보면 연료를 이용해 열을 내는 방식으로 보이는데, 이 물건은 특허만 등록돼 있고 실제 생산까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 생산까지 이어진 첫 손난로는 일본에서 발명됐어요. 1923년 마토바 니이치가 백금을 촉매로 한 산화반응을 이용해 손난로를 만들었어요. 이를 '하쿠킨카이로(백금 난로라는 뜻)'라는 제품으로 판매했죠. 마토바 니이치는 라이터를 보고 이를 손난로로 개발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해요. 지금도 일본에서 판매 중입니다.

1976년 미국에서는 액체형 손난로를 개발했어요. 현재는 핫팩에 밀려 보기 힘들지만, 1990년대 전후로 문구점에서 많이 팔았던 손난로죠. 흔히 '똑딱이' 손난로라고 불리는 제품입니다. 말랑말랑한 튜브 안에 액체가 가득 들어 있고, 그 안에 있는 금속 버튼을 꺾으면 액체가 굳으면서 열을 발생시키죠.

이후 철의 산화반응을 이용한 손난로도 등장했습니다. 쇳가루와 소금, 활성탄 등이 섞인 혼합물이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반응이 일어나 열을 내는 방식이죠. 바로 지금 우리가 '핫팩'이라고 부르는 손난로입니다. 1990년대에는 폭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액체형 손난로에 밀렸지만, 기술 발전으로 좀 더 안전한 형태가 되면서 이 손난로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됐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