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독보적 음색과 흡인력의 소프라노,영화로 다시 무대 서다
입력 : 2023.11.27 03:30
마리아 칼라스 출생 100주년
- ▲ ①오페라 '노르마'에서 마지막 장면을 연기하는 마리아 칼라스. ②다큐멘터리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 중 한 장면. ③다큐멘터리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 포스터. ④영화 '칼라스 포에버' 포스터 /영화사 진진·판시네마
2023년은 칼라스가 태어난 지 100년 되는 해입니다. 그는 흡인력 강한 독보적 음성, 타고난 카리스마와 연기력으로 최고 인기를 누렸어요. 소프라노는 목소리 특징에 따라 콜로라투라·리릭·드라마틱 등으로 종류가 나뉘는데, 칼라스는 모두에서 높은 기량을 보인 전무후무한 인물이었어요. 거기에 메조소프라노 배역까지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죠.
하지만 칼라스는 불우한 어린 시절과 수차례에 걸친 연인과 이별 등으로 사생활에서는 굴곡 많은 생을 살았습니다. 파리에서 54세 나이로 숨을 거두기까지 영화 주인공만큼이나 극적이고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낸 칼라스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많은 영화와 다큐멘터리로 소개됐어요. 그중 중요한 작품 몇 편을 통해 칼라스의 삶을 살펴보겠습니다.
다양한 모습 담은 다큐 '세기의 디바'
생전 이미 전설이었던 마리아 칼라스에 관한 기록이나 영상물은 지금까지 많이 발표됐어요. 그중 2017년 공개된 톰 볼프 감독 다큐멘터리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는 칼라스가 직접 남긴 인터뷰와 오페라 영상, 극장 밖 일상 속 다양한 모습이 담긴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영화는 칼라스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인 1974년 인터뷰로 시작합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으나 가정 불화 때문에 그리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회상이죠. 이어 성악가로서 재능을 인정해주고 성장하게 해 준 엘비라 데 이달고 선생과의 만남, 피나는 노력으로 최고 자리에 오르게 된 이야기와 성악가로서 겪었던 무대에서의 성공과 실패담 등을 생생하게 조명합니다.
아울러 오페라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했던 프리마돈나(오페라에서 주역을 맡은 여가수)였지만, 동시에 수줍음 많은 성격으로 평범한 여성의 삶을 동경했던 칼라스의 사랑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칼라스는 신인 시절 만난 사업가 메네기니와 결혼했지만, 매니저 역할을 한 남편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사이가 멀어졌어요. 그 후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와 열애에 빠졌지만, 두 사람 사이도 복잡한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실연의 아픔을 딛고 다시 성악가의 길로 돌아온 칼라스는 1974년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와 듀엣 공연으로 세계 투어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공연하는 등 화제가 됐지만, 끝내 전성기 기량을 되찾지 못한 칼라스는 1977년 9월 프랑스 파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세계 최고 프리마돈나로서는 무척 외롭고 쓸쓸한 마지막이었죠. 영화는 칼라스가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를 배경 음악으로 기구했던 그녀의 인생을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따라갑니다.
가상 이야기와 실화 섞은 '칼라스 포에버'
이보다 앞선 2002년 발표된 영화 '칼라스 포에버'는 '로미오와 줄리엣'(1968), '영원한 사랑'(1981)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의 작품입니다. 가상 이야기와 실화가 흥미롭게 섞여 있죠. 전성기가 지난 칼라스가 실의에 빠져 파리 자택에 칩거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칼라스(화니 아르당)의 오랜 친구이자 공연 기획자 래리(제러미 아이언스)가 칼라스를 찾아가며 시작합니다. 위대한 소프라노가 과거 명성을 추억하며 실의에 빠져 있는 데 안타까움을 느낀 래리는 그에게 새로운 오페라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제의를 합니다. 래리의 아이디어는 새로 제작하는 오페라 영상에 칼라스의 전성기 때 녹음을 더빙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영상을 만들자는 것이었죠.
처음에 주저하던 칼라스는 래리의 열정에 결국 영화를 찍기로 합니다. 오페라 '카르멘' 여주인공으로 변신한 칼라스는 훌륭한 영화를 완성하지만, 관객들에게 보이는 모습이 진정한 자신이 아니라는 생각에 래리에게 영상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래리도 이를 받아들입니다. 영화는 칼라스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며 애틋한 분위기로 끝나지만, 그 속에 등장하는 '카르멘' 주요 장면들은 칼라스의 목소리, 그리고 화니 아르당의 열연과 함께 빛납니다. 오페라 연출로 정평이 있던 제피렐리의 솜씨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죠.
지난달 칼라스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이야기를 다룬 '스펜서',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 부인 재클린 케네디를 주인공으로 한 '재키' 등 유명 인물의 전기 영화로 주목받는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신작 '마리아'에 관한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죠. 영화는 마리아 칼라스가 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파리에서의 이야기가 중심이 될 예정이에요.
주인공 칼라스 역은 할리우드 명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맡았습니다. 큰아들을 한국 대학에 유학 보내며 우리에게 더욱 친숙해진 졸리는 어느 배역이든 뛰어난 몰입감으로 개성 넘치는 연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영화 속에서 졸리와 칼라스의 공감대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