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선생님들 떠나자 싸움 늘고 규칙 무너져… 학교란 '같이, 우리, 함께' 배우는 곳이죠

입력 : 2023.11.23 03:30

선생님이 사라지는 학교

[재밌다, 이 책!] 선생님들 떠나자 싸움 늘고 규칙 무너져… 학교란 '같이, 우리, 함께' 배우는 곳이죠
박현숙 지음 | 이상미 그림 | 출판사 꿈터 | 가격 1만1000원

"나는 국어 선생이야. 나는 학교 선생이 되려고 열심히 공부했고 꿈을 이뤘어. 하지만 내가 학교에 가면 온종일 무얼 하는 줄 알아? 아이들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내 목소리는 아이들을 재우는 자장가가 되고 말아. 참을 수 없어서 자는 아이들을 깨우면 아이들은 똑같은 말을 해. 이미 배워서 다 아는 거라고, 엄마가 학교에서 졸리면 자라고 했다고."

초등학생 태석이의 아빠는 중학교 국어 교사였는데, 갑자기 학교를 그만둬요. 아빠는 "이건 선생님으로서 할 일이 아니야!"라며 날마다 고민하다 결국 이런 결정을 내렸어요. 그런데 태석이 아빠만 그런 게 아니에요. 태석이 담임 선생님도 한 달 전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아요. 그런데 반 아이들은 아무도 선생님이 왜 안 오는지 궁금해하지 않아요. 왜냐면 하루에도 수백 명의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거든요. 이제 곧 전국 모든 학교는 선생님은 없고 학생들만 남는 상황이 될 거예요.

선생님이 없으니 아이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로도 교실에서 서로 치고받고 싸워요. 싸우는 아이들 때문에 공부에 방해나 되니 아예 학교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어요. 학교를 그만두는 선생님이 많아지자 엄마들이 학교로 몰려와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학교에 물어요. 하지만 학교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요.

얼마 후, 학교 담벼락에는 '선생님 급 모집'이라 적힌 종이가 잔뜩 붙어요. 태석이가 붙인 거예요. 학교를 그만두고 페인트칠 일을 하시던 아빠가 넘어지는 모습을 봤거든요. 그런 모습이 너무나 걱정스러운 태석이는 아빠가 다시 선생님이 되길 바랐어요.

그런데 얼마 뒤 이 종이를 본 한 남자가 태석이네 반으로 들어와요. 말투도 옷차림도 영 선생님 같지 않고 이상해요. 학교에선 이런 사람이 교실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몰라요. 처음에 아이들은 그를 의심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해요. 이 사람은 교실에 들어와 사탕을 나눠주며 국어책 읽기를 시켜요. 선생님이었다면 대꾸하며 대들었을 아이들이 어쩐 일인지 가만히 책을 읽어요. 아저씨는 잘 읽었다고 칭찬해줘요. 이 아저씨 주머니에선 자두와 살구가 나오기도 하고 젤리와 사탕도 나와요. 어느 날은 구슬을 잔뜩 가져와 옛날 아이들이 했다는 구슬치기도 가르쳐줬어요. 햄스터를 함께 키우기도 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변해가요. 이제 아이들은 아저씨와 놀기 위해 숙제를 빨리 끝내려 하고 수업도 집중해서 들어요. 반 아이들은 모두 빨리 아침이 돌아와 학교에 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물이나 공기처럼, 늘 곁에 가까이 있는 존재의 가치를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해요. 주인공들은 어느 날 교실에 들어온 엉뚱한 남자 덕분에 학교와 선생님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깨달아요. 소설 속 아이들은 학교에서 '같이, 우리, 함께'를 배우고, 이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죠. 학교란 그저 입시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소설입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