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머리보다 4배 큰 새알도 '꿀꺽'… 목에 힘줘 알 깨고 껍데기는 토해
입력 : 2023.11.22 03:30
알뱀
- ▲ 알뱀은 새알을 꿀꺽 삼킨 뒤 목 근육에 힘을 줘 알을 깨버려요. /미국 신시내티대
우리가 알고 있는 뱀의 사냥 방법은 주로 다음과 같아요. 살아있는 동물에게 독을 주입하거나 칭칭 감아 죄어서 숨통을 끊은 다음 삼키죠. 혹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바로 꿀꺽 삼키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뱀은 여느 뱀과 달리 새알만 먹고 살아가도록 진화했답니다. 그래서 다른 뱀이 먹잇감을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동안 알뱀은 새 둥지 근처에 가만히 몸을 숨기고 어미·아비 새들이 둥지를 떠나기만을 기다려요. 그리고 텅 빈 둥지로 스르르 침입한 뒤 알을 꿀꺽 삼키죠. 입을 벌리고 알을 삼키기 시작할 때 아래턱 피부는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면서 커다란 알을 감싸듯 목구멍으로 아주 천천히 넘겨요. 알을 부드럽게 목구멍 안에 들이밀 수 있도록 이빨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퇴화했어요.
그렇게 알을 막 삼키고 난 다음 알뱀은 다른 뱀에게선 볼 수 없는 독특한 행동을 한답니다. 목 근육에 힘껏 힘을 줘서 알을 깨버리는 거예요. 이때 우두둑 알껍데기 깨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예요. 이렇게 알이 깨지면 노른자와 흰자 등 부드러운 내용물만 배 속으로 후루룩 넘어가고 딱딱해서 소화가 어려운 알껍데기는 바로 토해내요. 이빨도 없으면서 단단한 알껍데기를 깰 수 있는 건 알뱀에게 '식도치(食道齒)'라고 부르는 특수한 기관이 있기 때문이에요. 식도에 난 이빨이라는 뜻이지만, 사실 이빨은 아니고 등뼈에서 아래를 향해 튀어나온 날카로운 돌기예요.
삼킨 알이 식도치가 있는 곳에 다다랐을 때 알뱀은 머리와 목 부분을 이리저리 뒤트는데 이때 식도치 끝이 알껍데기를 파고들어 부수는 거죠. 우리나라 토종뱀 구렁이도 즐겨 먹는 먹이 중 하나가 새알이고, 식도치와 비슷하게 알껍데기를 깨부수는 기관이 있지만, 알뱀처럼 껍질을 토해내지는 않고 삼켜서 소화시킨대요. 주 먹잇감이 새알이다 보니 새들이 번식하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알을 먹고, 그 외 시기에는 장기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몸이 적응돼 있대요.
덩치도 그리 크지 않고 독도 없는 알뱀 중 어떤 종류는 독특한 생존 전략을 구사해요. 바로 독사 흉내 내기죠. 가장 무서운 독사로 꼽히는 코브라는 위협을 느끼면 목 부분을 펼치고 일어나 '쉿' 소리를 내며 상대방을 겁주는 걸로 유명해요. 알뱀도 위협을 받으면 코브라와 비슷한 동작을 취하면서 피부를 문질러 코브라를 연상케 하는 '쉿' 소리를 만들어내요. 독사인 척해서 위기를 모면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