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가을에서 봄까지 빨간 열매 주렁주렁… 아열대성 나무라 제주에서 주로 자라요

입력 : 2023.11.20 03:30

먼나무

먼나무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빨간색 열매가 달려 보기에 아름다워요. /국립생물자원관
먼나무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빨간색 열매가 달려 보기에 아름다워요. /국립생물자원관
가을이면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맺어 눈길을 끄는 아름다운 나무가 우리 주변에 많아요. 제주도나 전남 여수·순천 등지 도심에서 가로수로 흔히 심어 즐기는 호랑가시나무 형제 '먼나무'도 그 한 예랍니다. 이름이 특이해 "이게 먼(뭔) 나무지?"라고 묻고 답하는 농담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죠?

먼나무가 속한 감탕나뭇과(科) 나무는 대부분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열매가 달려요. 보고 즐기기에 좋아 예부터 널리 이용해 왔죠. 먼나무는 사시사철 잎이 푸른 활엽수로 높이 20m, 지름 1m까지 자라는 큰 나무입니다. 어린 가지는 어두운 갈색으로 털이 없어요. 껍질은 회백색이거나 짙은 회색으로 비교적 매끈해요.

잎은 보통 타원형 아니면 긴 타원형으로 길이는 4~10㎝인데, 두꺼운 가죽질로 잎 양면에 털이 없답니다. 잎자루는 2.5~5㎝로 붉은색이에요. 잎 끝부분은 짧게 뾰쪽하고 밑부분은 쐐기 모양이죠. 어린나무는 간혹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기도 하지만, 잎 대부분은 가장자리가 톱니 없이 밋밋해요.

먼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그루에 있어요. 꽃은 새로운 가지에서 잎이 붙은 부분 위쪽에 핍니다. 5~6월이 되면 꽃이 2~7송이씩 달린 취산꽃차례(꽃 밑에서 또 각각 한 쌍의 작은 꽃자루가 나와 그 끝에 꽃이 한 송이씩 달리는 모양)를 이루며 핍니다. 꽃잎은 꽃받침잎보다 길고 뒤로 완전히 젖혀지는데, 수술이 4~6개 있습니다. 열매는 길이 5~7㎜ 정도의 핵과(복숭아·살구처럼 단단한 핵으로 싸여 있는 씨가 들어 있는 열매)가 9~12월에 붉게 익지요.

먼나무는 해발 400~1700m에 있는 상록활엽수림이나 숲 가장자리 같은 양지 바른 곳, 산비탈에 자생하는 아열대성 나무입니다. 감탕나뭇과 나무 중에서 아주 크게 자라는 나무 중 하나인 먼나무는 주로 일본, 중국 중·남부, 대만, 라오스, 베트남 또는 난세이 제도 등지 온대·아열대·열대 지역에 자생해요. 우리나라는 제주도와 보길도에서 자랍니다. 특히 제주 서귀포 하영올레 3코스에서 만나는 서흥동의 먼나무는 나무 높이 9.5m, 둘레 2.5m 정도 되는 큰 나무로 잘 보호하고 있답니다. 충남 보령 앞바다 외연도 상록활엽수림에서도 자라요.

먼나무 잎은 낙엽이 되거나 수분이 빠지면 검게 변해 제주도 방언으로 '먹낭'으로 불렀고, 이게 '먼나무'가 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붉은 열매가 꼭 작은 사과를 닮아 능금을 부르던 고유어 '멋'이 붙었다는 설도 있죠.

먼나무 잎은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고, 약간 독성이 있어서 먹으면 설사하거나 심하면 기절할 수 있어요. 중국에서는 예부터 먼나무 껍질을 한방차로 이용해 왔답니다. 가을에서 봄까지 거의 1년 중 반 이상 동안 콩알만 한 진한 빨간색 열매를 감상할 수 있어 아름답고, 대기오염에도 강하답니다. 이번 겨울 예쁜 먼나무 열매를 한번 감상해 보세요.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 원장·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