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12편 1만565행으로 이뤄진 대서사시… 타락한 아담과 하와의 모습 그렸어요
입력 : 2023.11.14 03:30
실낙원
- ▲ 1667년 존 밀턴의 '실낙원' 초판 표지. /미국 하버드대
영국 시인이자 정치가 존 밀턴(1608~1674)이 1667년 발표한 '실낙원(失樂園)'은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종교 서사시"라는 극찬을 받는, 고전 중 고전이에요. 모두 12편, 1만565행으로 이뤄진 대서사시 '실낙원'은 깊은 종교적 통찰과 문학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존 밀턴은 '실낙원'은 물론, '복낙원' '투사 삼손' 같은 작품을 써서 '셰익스피어 다음가는 대시인' 소리를 듣기도 했어요.
신의 뜻을 거역해 지옥의 불바다에 갇혔던 반역 천사의 무리는 낮과 밤을 아홉 번 지내고 일어나 다시금 신에게 대항할 것을 모의해요. 그들은 신에게 직접 대항하기보다는 자신들과 비슷하게 창조됐을 '인간'이라는 어떤 새로운 종족을 유혹해 앙갚음하기로 하고, 신이 창조한 에덴동산을 찾아가죠. 봄날의 환희와 희열이 가득 찬 아름다운 그곳에 '영광스러운 창조주의 모습'을 닮은 두 사람, 즉 신이 직접 흙으로 빚어 만든 아담과 하와가 있었어요. 사탄이 유혹해 공격할 대상이죠.
치밀한 계획 끝에 사탄은 '들짐승 가운데에서 가장 교활한 뱀'을 발견하고는 그 몸속으로 들어가요. 뱀으로 위장한 사탄은 온갖 감언이설(甘言利說)로 하와를 유혹해 '어두운 눈이 열리고 밝아져 신들같이 되고 신들처럼 선악을 알게 하는', 즉 흔히 선악과라 부르는 열매를 먹게 해요. 아담 역시 하와의 간절한 청을 못 이겨 그 열매를 먹고 말아요. 두 사람은 선악과를 먹자마자 자신들이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부끄러움을 느껴요. 사랑이 충만했던 아담과 하와는 이후 서로 비난하며 무익한 시간을 보내죠. 두 사람을 유혹하는 데 성공한 사탄들은 온갖 사탄이 모이는 만마전(萬魔殿)에 모여 서로 축하하며 격려하죠.
아담과 하와는 어떻게 됐을까요? 신의 명령을 받은 천사 미가엘은 에덴동산으로 내려가 두 사람을 그곳에서 추방해요. 아담과 하와는 자신들이 태어난 곳, 즉 낙원을 잃어버린 것이죠. 하지만 거기서 끝은 아니에요. 미가엘은 아담과 하와에게 인간을 구원할 신의 계획을 찬찬히 설명해줘요. 미가엘에 따르면, 인간을 구원할 분은 '기름 부음 받은 참된 왕 메시아'예요. 그는 '이 세계의 광야를 거쳐 오랫동안 방황하던 인간을 영원한 안식의 낙원으로 인도한다'고 해요. 실낙원은 비록 낙원은 잃어버렸지만 새로운 구원을 기다리는 인간의 미래를 담고 있어요. 실낙원과 함께 '복낙원(復樂園)'도 읽어두면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