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자전축 변화·대륙 이동·운석 충돌… 생명체 5차례 대멸종
입력 : 2023.11.14 03:30
지구 대멸종
- ▲ /그래픽=유재일
46억 년 지구 역사상 '대멸종'은 5차례
지구는 약 46억 년 전쯤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함께 생겼습니다. 지구가 만들어진 뒤 현재까지 지구 역사를 연구하려고 만든 시간대를 '지질 시대'라 합니다. 과학자들은 지층에서 형태나 구성 물질 등이 급격하게 바뀐 흔적을 기준으로 지질 시대를 구분합니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지구에는 생명체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많아지거나, 반대로 멸종하는 등 큰 사건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지구 역사에서 이런 멸종은 수차례 있었고, 특히 이 중 다섯 번을 '대멸종(mass extinction)'으로 꼽습니다.
첫 번째 대멸종은 고생대 두 번째 시기인 오르도비스기 말에서 실루리아기로 넘어갈 때 발생했습니다. 이때 5차례 대멸종 가운데 둘째로 많은 생물이 멸종했습니다. 고생대 마지막 시기인 페름기 말 대멸종은 해양 생물 종 96%, 육상 척추동물 종 70%가 사라진 지구 역사상 최대 규모 멸종이었습니다. 그리고 중생대에서 신생대로 넘어가는 백악기 말 대멸종이 공룡 대멸종이죠.
수백만 년 걸쳐 대멸종 일어나
대멸종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현생 인류가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위기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듯이 과거 생물들도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선 자전축 변화가 지구 기후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지구 자전축은 공전 궤도에 수직으로 서 있지 않습니다. 23.5도 비스듬하게 누워 있죠. 이 기울기 때문에 위도에 따라 기후가 달라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양 에너지가 수직에 가깝게 떨어질 때 여름이 되고, 반대 상황에선 겨울이 되죠. 그런데 자전축 기울기는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19세기부터 과학자들이 계산한 결과, 약 2만6000년 주기로 지구 자전축 방향이 바뀌고, 그 사이 자전축은 점진적으로 움직여요. 자전축 방향이 바뀌면 태양 에너지 입사각이 바뀌면서 기후 역시 바뀝니다. 2만6000년 뒤 우리나라는 7~8월에 한겨울이 될 수도 있어요.
지구 내부 요인도 생존 환경을 바꾸는 데 영향을 줍니다. 지구는 아직 열이 식지 않은 천체로, 내부가 완전한 고체 상태가 아닙니다. 온도가 높은 내부 물질은 표면으로 올라오고, 표면 가까이에서 식은 물질은 지구 중심부 방향으로 내려가며 대류가 일어나고 있죠. 만약 적도 근처에 있던 대륙이 이 흐름에 따라 극지방으로 이동하면 어떻게 될까요? 더운 기후에 적응했던 생물들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멸종할 겁니다.
대륙이 흩어졌다가 합쳐지면서 서식지가 줄어들기도 합니다. 고생대 초·중반 생물들은 대부분 얕은 물(바다)에 사는 해양성 생물이었습니다. 대륙 가장자리에 몰려 있었죠. 작은 대륙 여러 개가 있어야 서식지가 넓어집니다. 반면 대륙이 합쳐지면 이 가장자리 면적이 줄어들죠. 오르도비스기 말 곤드와나 초대륙과 페름기 말 판게아 초대륙이 만들어질 때 서식지가 대폭 줄었습니다. 특히 페름기 말 판게아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화산 활동이 약 100만 년 동안 이어졌는데, 이때 발생한 대규모 이산화탄소로 지구온난화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대멸종은 수백만~1000만 년에 걸쳐 진행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변화들은 오랜 시간 천천히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양상이 전혀 다른 대멸종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중생대 백악기 말 공룡 대멸종이죠. 이 멸종은 겨우 100만~250만 년 정도로 짧게 진행됐습니다. 전체 생물 종 가운데 60% 정도가 사라져 고생대 페름기 말 대멸종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습니다. 이 시기 살았던 멋진 거대 동물이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죠.
공룡 멸종, 화산보단 운석 충돌이 유력
과학자들이 공룡 대멸종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가설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운석 충돌설입니다. 196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루이스 월터 앨버레즈가 1980년 지층에 있는 이리듐의 양을 분석한 뒤 처음 주장한 내용입니다. 이리듐은 지구 표면에는 거의 없고 운석에 풍부한 원소인데, 중생대 말 지층에서 유독 높은 비율로 발견됐습니다. 앨버레즈는 이 이리듐이 지구 밖에서 날아온 운석에 있던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당시에는 말도 안 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0년 뒤 멕시코 유카탄반도에서 석유를 찾던 지구물리학자들이 거대한 운석 충돌구를 발견하면서 앨버레즈의 주장이 뒷받침됐습니다.
2020년 미국 예일대와 영국 사우샘프턴대 공동 연구진은 공룡이 화산 폭발 때문에 멸종한 것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어요. '화산 폭발설'은 인도 데칸고원을 만든 화산 폭발 때문에 공룡이 멸종했다는 가설입니다. 연구진은 화석에서 추출한 지구 온도 변화 양상과 탄소 동위원소를 활용한 모델을 이용해 화산 폭발은 대멸종 훨씬 이전 시기에 일어났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벨기에 왕립 천문대 연구팀이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운석 충돌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운석이 충돌할 때 만들어진 0.8~8.0μ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 규산염 광물 먼지가 지구 대기에 15년간 머무르며 기온을 최대 15도 떨어뜨렸을 것이라 설명했죠. 난방 도구도, 옷도 없던 공룡에게는 치명적인 온도 변화였을 겁니다. 게다가 하늘을 덮은 먼지가 햇빛을 차단해 식물이 광합성을 하지 못하게 됐죠. 연구진은 "광합성이 중단되면서 식물에서 시작하는 먹이 사슬이 붕괴했고, 이어 연쇄적으로 생물 멸종이 일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