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19세기 美서 상·하의 붙은 속옷 개발, 20세기부터 분리

입력 : 2023.11.07 03:30

내복

1905년 유니언 슈트를 입은 남성을 그린 그림. /국립미국사박물관
1905년 유니언 슈트를 입은 남성을 그린 그림. /국립미국사박물관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요. 매년 날씨가 추워지면 정부와 공공기관에선 내복 입기를 강조해요. 내복을 입으면 집 안 난방 온도를 2도가량 낮춰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하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거예요. 추운 겨울에 입는 내복에는 어떤 역사가 있을까요?

전통 사회의 내복은 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달했어요. 유럽 지역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해 방한용 의복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다만 지금처럼 내복이라는 옷이 따로 있었다기보다는, 옷을 여러 겹 껴입는 쪽에 가까웠다고 해요. 겉옷이든 속옷이든 가리지 않고 여러 겹을 입어 추위를 막았죠.

삼국시대와 남북국시대 내복에 대해서는 삼국사기 기록으로 흔적을 엿볼 수 있어요. 신라 하대 흥덕왕(재위 826~836) 때 복식금제(服飾禁制)와 관련된 기록을 보면 내의(內衣), 내상(內裳) 등 옷 안에 입는 의복을 언급하고 있어요. 다만 이 옷들은 방한용품으로서 내복이라기보다는, 한복 속치마와 속바지처럼 속옷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집니다. 또 동물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겉옷 안에 껴입었다고 해요. 조선 시대에는 부유한 양반층은 솜옷을 안에 껴입어 겨울을 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개 가죽으로 만든 옷을 안에 껴입거나 옷을 여러 겹 껴입어 겨울을 지냈다고 합니다.

지금 입는 것 같은 방한용 내복은 19세기에 원형을 찾아볼 수 있어요. 19세기 말 미국에서는 유니언 슈트(union suit)라는 속옷을 개발했는데, 긴 팔과 긴 바지로 된 상의와 하의가 통으로 붙어 있는 형태입니다. 활동성과 보온성이 좋아 실내복으로 입거나 야외 노동자, 군인들이 방한복으로 입었어요. 실내 노동자들은 겉옷을 벗고 유니언 슈트만 입고 작업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해요. 이 옷은 단추를 채우는 형태였는데 상·하의가 붙어 있다 보니 입고 벗는 게 불편했죠. 그래서 20세기 접어들며 상·하의를 분리한 형태로 바뀌게 됐어요. 이 옷이 우리가 현재 입는 내복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복 하면 떠오르는 것이 '빨간 내복'이죠. 최근에는 잘 입지 않지만 과거 내복의 대명사라 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제품입니다. 빨간 내복은 1950년대 전후 등장했어요. 이때는 합성 소재인 나일론 등으로 내복을 만들었는데, 염색 기술에 한계가 있어 합성 섬유에 가장 쉽게 염색할 수 있는 색이 검은색과 빨간색이기 때문이었다고 해요. 검은색은 때가 탄 옷처럼 여겨져 선호하는 색상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내복 가격이 꽤 비쌌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이 첫 월급을 받으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한 벌 선물해 드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어요. 부모님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길 바라는 효심을 담은 것이죠.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