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게임하듯 건축' vs '폭넓은 도시철학자' 틀 벗어난 신선한 건축에 극과극 평가

입력 : 2023.11.07 03:30

렘 콜하스

2014년 11월 우리나라를 찾은 렘 콜하스. /김지호 기자
2014년 11월 우리나라를 찾은 렘 콜하스. /김지호 기자
최근 홍익대가 국내 최대 지하 캠퍼스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캠퍼스 내부에 지하 6층~지상 최대 16층, 연면적으로 따지면 축구장 20개와 맞먹는 복합 공간을 만든다고 해요. 네덜란드 건축 사무소 OMA가 설계를 맡기로 했어요. OMA는 2000년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은 렘 콜하스(1944~)가 설립한 회사랍니다.

콜하스는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에서 빠지지 않는 인물이에요. 건축가·건축이론가·도시연구자·작가·교육가로 명성을 쌓았어요. 그의 첫 직업은 신문기자였어요. 실험적인 커리큘럼으로 유명한 영국 AA스쿨에 진학하며 건축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런데 그는 바로 실무를 하지 않았어요.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비영리 건축연구소에서 일하며 6년간 준비한 끝에 1978년 뉴욕 맨해튼의 형성 과정을 추적한 책 '광기의 뉴욕'을 출간했습니다.

그는 맨해튼의 마천루는 엘리베이터가 개발된 덕분이라고 했어요. 엘리베이터가 보급되면서 초고층 건물이 생겼고, 에스컬레이터·에어컨 등 여러 건축 설비 덕분에 건물이 더 거대해지고 용도가 다양해졌다는 거죠. 밀접과 혼돈, 그리고 쇼핑으로 가득 찬 '자본주의 건축'이 맨해튼의 특징이라는 주장은 큰 화제가 됐답니다. 이후 OMA가 진행한 다양한 프로젝트와 에세이, 담론, 여행기, 일기 등을 이미지 위주로 편집해 1995년 출간한 'S, M, L, XL'로 콜하스는 동시대 건축 담론을 이끄는 기수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는 대도시에서 나타나는 불특정성과 특이성을 인정하고 이를 투영해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합리적인 기능을 갖춘 보기 좋은 건물이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건물이 필요한 이유였죠. 지난 20년 동안 발표한 작업 중 화제가 된 대표작만 해도 미국 시애틀중앙도서관, 중국 CCTV 본사, 네덜란드 드 로테르담, 대만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 등 셀 수 없어요. 흥미로운 점은 건축 거장이라면 개성이 묻어나는 건물로 인기를 얻는 데 비해, 그의 작업에는 딱히 눈에 띄는 공통점이 없다는 거예요.

콜하스는 아름다움이 제1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말해요. 자기 작업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면 무작위성과 의외성에 있다고 하죠. 낯설고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지점은 강조하고, 역동적이다 못해 혼란스러운 내부 동선과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그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이에요. '건물 하나 제대로 짓지도 못하면서 건축을 게임처럼 대한다'는 혹평과 '건축계에서 가장 폭넓게 사고하는 도시 철학자'라는 극찬을 오간답니다.

확실한 것은 그의 영향력입니다. OMA는 전 세계 젊은 건축가가 일하고 싶은 곳으로 자리 잡았어요. 콜하스는 1995년부터 하버드 건축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과 진행한 리서치 프로젝트를 꾸준히 출간 중이에요. 중국 주강 삼각주 발전을 탐구한 '대약진', 현대 도시의 상업적 욕망을 다룬 '하버드 쇼핑 안내서'가 대표적이죠.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