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교과서에서만 보던 시, 어려운가요? 제목을 들여다보면 주제 알 수 있죠
입력 : 2023.11.06 03:30
밤이면 건방진 책을 읽고 라디오를 들었다
시 여러 편을 엮은 이 책에는 김수영, 김춘수, 김종삼, 이성부, 강은교, 장정일, 허연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만한 일곱 시인의 시가 다섯 편씩 수록돼 있어요. 각자 파격, 자유, 침묵, 모두의 것, 먼지, 뒷면, 비명이라는 색깔을 보여주는 시인이죠.
예를 들어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시 '벼')는 구절로 잘 알려진 이성부 시인의 시는 '개인을 결합시키는 시' '모두의 것인 시'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요. 그래서 이성부 시 속 화자들은 언젠가 일어서서 가야 할 때를 대비해 밤이 되면 '구멍난 바지 가랑이의 시대'가 담긴 건방진 책을 읽고 라디오를 듣는(시 '우리들의 양식') 거래요. 이처럼 우리나라 현대 시사(詩史)에 굳건히 자리 잡은 시인들의 시 35편을 통해 교과서에서만 봤던 우리 시의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어요. 어렵게만 보였던 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죠.
이 책을 읽을 때는 시 제목과 시인 이름을 먼저 보기를 추천해요. 책에는 시인들의 약력이 간단하게만 정리돼 있지만, 우리나라 현대 시사에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시인들이니 따로 온라인에서 더 자세한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시인의 성향이나 시의 특징 등을 알면 시를 깊이 이해하는 데에 더욱 도움이 될 거예요. 한편, 시 제목은 시의 주제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에 차분하게 살펴보세요.
시를 읽을 때는 형식과 표현 방식을 눈여겨보세요. 형식은 시의 분위기나 주제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표현법은 시인의 감정이나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꼭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를 다 읽고 나서는 느낀 바를 정리해 보세요. 이 책 편집자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소설을 읽으며 세상에 질문하는 법을 배운다면 시를 읽으며 우리는 나 자신에게 질문하는 법을 배운다'고요. 시를 읽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등 읽은 시에 대한 자신만의 감상을 남겨 보세요. 시뿐 아니라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시인은 세상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감상을 시로 표현하지요. 이 책에 실린 우리나라 명시(名詩)를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요. 국어 시간에 시 배우기가 재미없다 느낀다면, 새롭게 시를 배울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이 책을 통해 시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시를 통해 삶을 풍요롭게 가꿔 나가길 기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