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저녁에 서쪽 하늘 붉게 물들면 다음날 날씨 맑대요
노을
- ▲ 전북 군산 선유도해수욕장에 진 노을. /김영근 기자
노을과 관련된 속담 가운데 '저녁노을은 맑음, 아침노을은 비'라는 말이 있어요. 노을이 물드는 날은 그 방향 쪽으로 고기압이 있는 날입니다. 따라서 저녁노을이 물들 때는 고기압이 서쪽에 있을 때예요.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대에 있어서 서쪽이 맑으면 그다음 날 날씨가 맑을 때가 많아요. 반면 아침노을이 지면 이미 고기압이 동쪽으로 지나가고 서쪽의 저기압이 다가올 것을 뜻하기에 비가 내릴 확률이 높아지죠.
성경에도 노을과 관련된 구절이 있어요.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가 저녁에 하늘이 붉으면 날이 좋겠다 하고, 아침에 하늘이 붉고 흐리면 오늘은 날이 궂겠다 하나니 너희가 천기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표적은 분별할 수 없느냐?'라는 구절이에요. 성경에서 예수는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며 귀신 들린 소녀와 다리를 저는 장애인을 고쳐주고,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의 눈을 뜨게 하는 기적을 보였어요. 예수를 시샘한 유대인 율법사들이 하늘에서 오는 표적을 보여 달라고 하자 예수가 노을에 비유해 이들을 꾸짖은 것이지요.
캐나다 신화에도 저녁노을은 좋은 의미로 나옵니다. 아이가 없던 한 어부가 조개에서 주워온 아들을 키웁니다. 그런데 아들이 크면서 비범한 행동을 합니다. 폭풍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강풍과 많은 비가 내리자 어부 가족은 배가 고팠어요. 이에 아들이 아버지에게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자고 청합니다. 아들이 바다에 나가자 폭풍의 신은 더 강한 파도와 바람을 보냈지만 끄떡없습니다. 먹구름과 바다에서 가장 위험한 안개도 아들을 보자 도망칩니다. 많은 고기를 잡은 후 아들은 "아버지, 저는 태양의 아들이었답니다. 이제는 떠나야 합니다. 저녁에 서쪽 하늘이 노을로 물들면 제가 어머니를 보고 싶어 하는 것으로 생각하세요. 다음 날은 바람도 폭풍도 없이 날씨가 좋을 겁니다"라고 말하며 떠나갑니다.
'인디언 설화'에서도 서쪽 노을은 좋은 날씨를 의미해요. 소년이 새를 많이 잡아 새 가죽을 입고 바다 위를 날아갈 때 바다가 잿빛으로 변합니다. 그러나 푸른 여치 가죽을 입고 날아갈 때는 푸른빛으로 변해요. 놀랍게도 개똥지빠귀 가죽을 입고 날아가면 바다는 붉은빛으로 바뀌고 서쪽 하늘은 황금빛 노을로 물들었다고 합니다. 서쪽 하늘에 진 노을은 맑은 날씨가 된다는 의미라는 인디언들의 삶의 지혜가 반영된 이야기죠. 각기 지역은 다르지만, 노을을 통해 날씨를 예측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