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전쟁서 승리… 싸우지 않고 이길 방법 찾는 게 최고
입력 : 2023.10.31 03:30
손자병법
- ▲ 손자병법 죽간(竹簡)본. /위키피디아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길 수 있다'는 뜻으로, 지금도 자주 쓰는 말입니다. 흔히 중국 춘추시대(기원전 770~403) 사상가이자 전략가 손무(손자)가 쓴 병법서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알지만, 원문(原文)은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예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죠. 비슷하지만, 뭔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죠?
중국 춘추시대는 극도로 혼란한 시대였어요. 간략하게 정리하면, 세력과 영토를 넓히기 위한 수많은 나라 간 싸움이 하루도 그칠 날이 없던 때예요. 한때 강성했던 주(周)나라는 이미 권위가 땅에 떨어진 가운데, 수많은 제후국이 무력으로 이웃 나라를 제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죠. 전쟁에서 이겨야만 하는 나라들로서는 그 방법을 아는 전략가와 장수가 꼭 필요했어요.
손무는 제(齊)나라 사람이었지만, 기원전 6세기쯤 오나라 왕인 합려에게 발탁돼 군사 업무를 총괄하는 장군이 됐어요. 손무는 진작부터 작전(作戰), 세(勢), 허실(虛實), 지형(地形), 화공(火攻) 등 병법 13편을 완성해 놓은 상태였어요. 그는 이 병법을 바탕으로 군사를 훈련해 강력한 군대를 만들었어요. 결국 경쟁 상대였던 초나라를 제압하면서 중국 전역에 오나라의 위세를 떨치죠.
흥미로운 사실은 손자병법이 전쟁에서 이기는 기술을 담은 병법서(兵法書)임에도, 가장 위대한 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찾는 것임을 강조했다는 점이에요. 전쟁은 '백성의 생사'는 물론 '나라의 존망(存亡)'이 달린 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손무는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일'이 병법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주장해요. 적과 나를 아는 일이란, 예를 들면 이런 것이에요. 아군(我軍)과 적군(敵軍)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고, 강한 점과 약한 점은 무엇인지, 싸워야 할 곳의 지형은 어떤지 등을 정확히 파악하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고, 나아가 싸우지 않고도 승리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죠.
병법도 병법이지만 손무는 정치가 무엇보다 안정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군력을 비축할 수 있고 전쟁이 닥쳤을 때 신중할 수 있으며, 어쩔 수 없이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반드시 이길 수 있기 때문이죠. 손자병법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처세서로 많이 읽혀요. 국가의 역할이 백성의 삶을 살피는 일임을 분명히 밝혔고, 동시에 사회 현상 전반에 걸친 사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손자병법은 시대를 초월한 고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