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열매는 팥, 꽃은 배꽃처럼 생겨… 새가 한입에 따 먹어요
입력 : 2023.10.23 03:30
팥배나무
- ▲ 붉고 작은 팥배나무 열매는 새들의 양식입니다. /김민철 기자
팥배나무는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지만, 남산·안산·북한산 등 서울 주변 산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경계를 이루는 봉산은 팥배나무 군락으로 유명합니다.
팥배나무라는 이름은 열매는 팥을, 꽃은 배꽃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입니다. 5월쯤 피는 꽃은 꽃잎이 5장이고 새하얀 것이 꼭 배꽃을 닮았습니다. 팥배나무 꽃에는 꿀이 많아 벌과 나비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팥배나무는 아까시나무처럼 꿀을 생산하는 밀원(蜜源)식물이기도 합니다. 잎도 단정하게 생겼습니다. 달걀 모양 잎에는 규칙적인 물결 구조가 있고 10~13쌍의 잎맥이 뚜렷한 것이 특징입니다. 잎과 꽃으로도 구분하기 쉬운 나무이니 한번 눈여겨보면서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새하얀 꽃이 필 때도 좋지만, 역시 팥배나무는 요즘처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수천개씩 붉은 열매를 달고 있을 때가 더욱 좋습니다. 팥처럼 붉고 작은 열매는 겨울에 새들의 양식 역할을 합니다. 이가 없는 새가 한입에 먹기 딱 좋은 크기입니다. 새들이 좋아해 숲속 열매 중에서 가장 먼저 없어지는 열매라고 합니다.
그래서 팥배나무 열매가 달려 있을 때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붉은 껍질을 벗겨보면 약간 노란 과육이 있고 길쭉한 씨가 몇 개씩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먹어보면 시큼한 맛 뒤에 단맛도 살짝 따라와 먹을 만합니다. 새들이 먹는 것은 사람에게도 해가 없으니 안심하고 먹어도 좋습니다.
팥배나무는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말, '곳 됴코 여름 하나니(꽃 좋고 열매 많으니)'에 딱 어울리는 나무입니다. 꽃과 열매가 좋으니 이 나무가 있으면 덤으로 벌과 새가 드나드는 것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공원에도 많이 심어 놓았고 가로수로 심어보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의 시목(市木)은 은행나무입니다. 그런데 팥배나무는 서울 주변에 많기도 하고 꽃도 예쁘고 열매도 풍성하니 서울시 상징 나무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팥배나무는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고 햇볕이 좀 부족해도 잘 견디고 추위에도 강한 편이라 관리하기가 쉽습니다. 10m가 넘는 나무는 늘씬하고 기품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은 나무입니다.
가을 열매는 유난히 붉은색이 많습니다. 산수유, 찔레꽃, 가막살나무, 청미래덩굴 열매도 붉은색입니다. 붉은색은 사람뿐만 아니라 새들 눈에도 잘 띄는 색입니다. 나무 입장에서는 새들이 열매를 먹고 씨앗을 멀리 퍼트려주어야 하니 새들에게 잘 보이는 색을 띠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