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장애는 극복해야 할 결함일까요? 있는 모습 그대로 이해할 필요도

입력 : 2023.10.23 03:30

눈부시게 불완전한

[재밌다, 이 책!] 장애는 극복해야 할 결함일까요? 있는 모습 그대로 이해할 필요도
일라이 클레어 지음|출판사 동아시아가격 1만8000원

영화 '아바타'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입니다.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가한 제이크 설리는 아바타를 통해 자유롭게 걸을 수 있게 되고 엄청난 해방감과 기쁨을 누리죠. 그런데 모든 장애 당사자가 제이크 설리 같진 않은가 봅니다.

뇌성마비 장애 당사자인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나는 태어날 때부터 손상된 나의 뇌세포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해도 마다할 것이다. 굳고 경련하는 근육이 없는 나를, 어눌한 발음이 없는 나를 상상할 수가 없다. (중략) 장애가 없다면 우리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저자의 이 말은 정상과 비정상, 장애와 비장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죠.

이 책은 치유와 건강, 정상성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요. 우리는 종종 우리의 관점이 무조건 맞는다고 여기며 세상을 바라볼 때가 많지요. 그러나 우리 주변의 모습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 싹틀 자리는 그만큼 좁아져요.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내내 치유라는 개념을 의심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치유하지 않았다. 치유할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힘이 나를 밀치며 통과해 간다." 이 책의 핵심을 담아내는 문장들이에요. 저자는 치유를 강요하기보다는, 불완전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자고 제안해요.

지금은 장애를 '결함'이자 '극복'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이 지배적이에요. 하지만 이런 태도는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고, 장애와 질병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쟁점을 지워버려요. 장애 당사자가 막대한 돈과 부작용을 감수하며 장애를 치유하고 극복하려 노력하는 일이 영웅 신화가 돼 버리죠. 그렇게 되면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 다닐 수 있는 사회, 수어와 점자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 접근성이 보장된 사회는 더디게 옵니다. 오히려 정말 필요한 건 다양한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사회적으로 존중하는 일인데도 말이에요. 게다가 애초에 현재 의학 기술로는 완치가 불가능한 장애도 있죠.

그러나 저자의 주장이 무조건 옳다고만은 할 수 없어요. 저자 역시 자기모순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오히려 더 치유 이데올로기에 대해 치열하게 사유해요. 저자는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인이지만 동시에 백인이라는 특권이 있는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인식해요. 그리고 다양한 인종·계급·젠더·질병·장애 당사자들이 치유와 관계 맺는 여러 방식을 조명하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에요. 하지만 차별과 폭력을 깊이 이해하고, 우리 사회를 더 공정하게 만들기 위한 논의의 발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김미향 콘텐츠 스타트업 에디튜드 대표·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