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네모난 눈동자, 심장 3개, 뇌는 9개… 마치 사람처럼 성격 서로 다르대요

입력 : 2023.10.19 03:30

환상적인 문어

[재밌다, 이 책!] 네모난 눈동자, 심장 3개, 뇌는 9개… 마치 사람처럼 성격 서로 다르대요
미하엘 스타바릭 지음 | 미셸 간저 그림 | 유영미 옮김 | 출판사 한길사 | 가격 2만2000원

문어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그런데 이 책, 분류가 참 어렵네요. '과학'으로 할지, '역사'로 할지 잘 모르겠어요. 아름다운 삽화가 잔뜩 들어가 있으니 그림책이기도 해요. 책 일부는 직접 색칠하고 오릴 수도 있어 '컬러링 북'이거나 '놀이 책'이기도 하고, 문제를 풀고 글을 쓸 수 있어 '워크북' 같은 면도 있어요. 저자는 이 다양한 요소를 모두 묶은 후 문학적 상상력으로 마무리했어요.

문어를 만나기 위한 책이지만 처음부터 문어가 등장하진 않아요. 머나먼 우주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요. 태양계를 거쳐 지구를 향하고 바닷속으로 들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우주와 자연, 생물과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줘요. 저자는 우주에 이어 곧 바다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요.

지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땐 너무 뜨거워서 모든 것이 녹아 부글부글 끓고 있었어요. 그러다 천천히 식으며 땅과 바다가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생명의 씨앗이 바다에서 싹을 틔웠어요. 생명체를 구성하는 모든 성분이 우주에 있었으니 문어도, 인간도 모두 우주에서 온 '외계 생명체'라고 저자는 표현해요.

문어는 우주와 바다를 거쳐 3장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해요. 우선 무시무시한 전설로 호기심을 자극해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도 등장하는 거대한 흡착판 괴물 크라켄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바다 전설 속 주인공이에요. 이 밖에 박쥐 날개처럼 생긴 다리를 가진 뱀파이어문어나 작고 귀엽고 예쁜 모습과는 달리 엄청난 맹독을 지닌 파란고리문어에 관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워요.

"인간과 마찬가지로 문어도 성격이 있어요. 어떤 문어는 호기심이 많고 용감하고 두려움이 없어요. 어떤 문어는 소심하거나 소극적이죠." 매우 인상적인 대목이죠. 의심 많은 문어, 수줍은 문어, 잠꾸러기 문어 등 개성이 다양하다고 저자는 설명해요. 문어가 똑똑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성격도 다르다니 놀랍네요. 모두 최신 생물학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예요.

지적인 생명체는 인간과 흡사한 모습일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문어는 이런 편견을 깨는 동물이기도 해요. 문어는 인간과는 너무나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어요. 사방을 동시에 보기 위해 네모난 눈동자를 갖고 있고, 심장은 3개, 심지어 뇌는 무려 9개나 있다고 해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문어는 꿈도 꾼대요. 뇌 9개로 꿈을 꾼다면 9가지 꿈을 동시에 꿀 수 있을까요? 문어는 알면 알수록 궁금한 것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신비하고 매력적인 생명체예요. 저자는 이 책을 과학 이야기로 끝내지 않고, 상상 가득한 동화로 마무리합니다. 자고 일어나 갑자기 인간이 된 문어 블라디슬라프 보스톡의 모험 이야기예요. 생명의 경이로움이 우리 감각에 새겨지도록 안내하는 아름답고 멋진 과학책입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