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캥거루·쥐 절반씩 닮아… 몸길이 10㎝인데 한 번에 2.7m까지 뛰어요

입력 : 2023.10.18 03:30

캥거루쥐

캥거루쥐는 몸통보다 꼬리가 훨씬 더 길어요. /미국 네바다주 야생동물국
캥거루쥐는 몸통보다 꼬리가 훨씬 더 길어요. /미국 네바다주 야생동물국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캥거루쥐 숫자가 빠르게 줄어 야생동물 보호 당국이 캥거루쥐를 멸종위기종에 포함하고 서식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대요. 캥거루쥐는 말 그대로 캥거루와 쥐를 반반씩 합쳐놓은 것처럼 생긴 자그마한 포유동물입니다. 하지만 캥거루도 아니고 설치류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생쥐와는 아주 거리가 멀어요.

다 자란 몸길이는 10~11㎝인데, 꼬리는 이보다 훨씬 긴 13~15㎝랍니다. 미국 서남부에서 멕시코에 이르는 지역에 사는데, 이 지역은 대부분 황량한 사막이거나 풀이 있더라도 아주 듬성듬성 있어요. 강이나 호수는커녕 실개천이나 웅덩이조차 보기 힘들죠. 게다가 뱀·올빼미·여우·코요테 등 천적들이 우글대요. 이런 거칠고 위험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적응한 결과, 캥거루와 쥐를 섞은 것 같은 독특한 생김새를 갖게 됐어요. 이동할 때는 앞발보다 훨씬 크고 튼튼한 한 쌍의 뒷발로 깡충깡충 뛰어요. 모래가 많아 바닥이 푸석푸석한 곳에서는 이 방법이 네발로 기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죠.

특히 한 번에 2.7m까지 멀리 뛸 수 있는 놀라운 점프력 덕분에 쫓아오는 포식자들을 피할 수 있어요. 점프할 때는 기다란 꼬리를 움직여서 방향을 순식간에 바꿀 수 있대요. 전광석화 같은 뱀의 공격을 피하는 데 아주 유용하죠. 간혹 뒷발로 뱀을 걷어차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대요. 캥거루쥐는 땅굴을 파고 생활하고, 해가 져서 기온이 떨어지는 밤이 되면 굴 밖으로 나오는 야행성이에요.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잘 구별할 수 있을 만큼 시력이 좋고, 올빼미의 날갯짓 소리와 뱀이 스르르 접근하는 소리를 알아챌 만큼 청력도 뛰어나대요.

캥거루쥐는 몸 내부도 주변 환경에 맞게 훌륭하게 적응했답니다. 우선 물을 마시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어요. 주식은 씨앗인데, 소화 과정에서 씨앗의 지방 성분을 수분으로 바꿀 수 있거든요. 씨앗 1g에서 0.5g의 수분을 뽑아낼 수 있대요. 캥거루쥐는 이렇게 영양분과 수분을 동시에 공급해주는 씨앗을 많이 모아서 굴에 저장해요. 볼 아래 달린 주머니에 씨앗을 가득 넣고 운반하죠.

콩팥은 소변으로 배출되는 수분을 최소화하고, 땀 흘리는 걸 가급적 막기 위해 땀샘 숫자도 적어요. 다른 포유동물이 털을 핥거나 물로 몸을 씻는 것과 달리, 캥거루쥐는 모래에 몸을 뒹구는 것으로 목욕을 대신한대요. 물이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게 적응한 거죠.

캥거루쥐가 포식자의 추적을 언제나 따돌릴 수는 없어요. 그래서 종족 번식을 위해 '초스피드 성장'과 '초스피드 임신'이라는 방법을 택했어요. 암컷의 임신 기간은 한 달밖에 안 되고요. 한배에 새끼를 두세마리 낳는데, 태어난 지 두 달이 되면 바로 번식할 수 있어요. 자라는 속도가 빠른 만큼 수명도 짧은 편이라 아무리 오래 살아도 5년을 넘기지 못한답니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후 온난화로 캥거루쥐가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해요. 온도가 오르고 가뭄이 잦아질수록 캥거루쥐가 씨앗을 얻는 식물이 살 수 없게 될 수 있거든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