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손 달린 물고기' '사막서 깬 새우'… 정체 모를 생명체 더 있어
입력 : 2023.10.17 03:30
우리가 몰랐던 동물
- ▲ /그래픽=유재일
지구에는 "혹시 외계인이 나타난 걸까?" 하고 생각하게 하는 동물이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상에 사는 생명체 중 인간이 알고 있는 종류는 아직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신기한 동물을 만나볼까요?
바닥 기어다니는 물고기
지난달 호주 태즈메이니아 바닷가에 손 달린 물고기가 나타났습니다. 해변을 산책하던 행인이 발견했지요. 이 물고기는 몸길이가 약 8~10㎝로 매우 작았고, 갈색 몸에 검은 점박이 무늬가 주변 모래와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몸통 양옆으로 길게 나 있는 두 지느러미였습니다. 뭉툭하게 뻗어 나온 지느러미 끝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손처럼 보였거든요. 매끈한 몸과 지느러미, 그리고 꼬리. 누가 봐도 어류인데 손이 있다니요. 사람들은 마치 외계인이 발견된 듯 큰 관심을 가졌어요.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는 이 동물이 '점박이핸드피시'라고 설명했어요. 점박이핸드피시는 아귀과에 속하는 어류로, 호주 태즈메이니아 지역에서만 사는 희귀 동물입니다. 어류지만 부레가 없어서 멀리 헤엄치지는 못합니다. 대신 손처럼 생긴 가슴지느러미를 뻗어서 바닥을 기어다니죠.
점박이핸드피시는 전 세계에 약 2000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은 멸종 위기종입니다. 외래종 불가사리가 서식지에 침입하고, 인간이 조개를 수확하기 위해 바닷속 바닥을 긁어낸 탓에 개체 수가 점점 줄기 시작했대요. 그러다 지난 1996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목록에 '위급' 등급으로 등록됐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개체는 죽은 상태였지만,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는 멸종 위기종이었던 점박이핸드피시를 찾을 수 있게 됐다며 희망의 목소리를 전했어요.
휴면 상태로 살아남은 새우
한편 지구 반대편 사막에서는 새우가 발견됐어요.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블랙록 사막에서예요. 지난달 블랙록 사막에 갑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24시간 동안 약 20㎜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이 지역 평균으로 봤을 때 두 달 동안 내릴 비가 하루에 내린 것과 같습니다. 그 덕분에 건조했던 사막이 축축하게 젖었고, 건조한 모래 사막은 진흙탕으로 변했죠.
그리고 축축한 진흙탕 속에서 새우가 깨어났습니다. 빗물이 고인 곳에 작은 벌레를 닮은 새우가 헤엄쳐 다니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사람들의 제보가 이어졌어요. 작고 투명한 멸치를 닮은 이 새우는 '긴꼬리투구새우'입니다. 수억 년 전 고생대 화석에서도 발견되는데, 오랜 시간 모습이 변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살고 있어서 '살아있는 화석 생물'로 불려요.
과학자들은 긴꼬리투구새우 알이 습기 없는 메마른 땅에서 죽지 않고 휴면 상태로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휴면은 마치 깊은 잠을 자듯 신체 활동을 최소로 하는 상태를 말해요. 휴면 상태로 지내다가 적당한 환경이 만들어지면 깨어나 생명 활동을 시작하는 거죠. 블랙록 사막에 내린 폭우가 긴꼬리투구새우에겐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자명종이었나 봅니다.
우리가 아는 종(種)은 1%뿐
이처럼 지구에는 인간이 잘 알지 못하는 생물이 무수히 많이 살고 있습니다. 특히 바다 생물이 그렇죠.
바다는 지구 표면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워낙 깊고 넓어서 대부분 인간이 직접 탐험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사는 생명체 중 인간이 알고 있는 수는 전체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과학자들은 매년 새롭게 발견하는 새로운 종을 따로 정리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국 자연사박물관은 2021년 한 해 동안 곤충과 식물 등 신종 생물 총 552종을 찾았다고 밝혔어요. 이 중 요각류가 391종으로 가장 많았어요. 요각류는 절지동물의 일종인데, 아주 작아 대부분 현미경을 통해서만 관찰할 수 있어요. 보통 1㎜가 안 되는 것부터 약 1㎝ 정도인 것까지 있어요. 동물성 플랑크톤 종류가 요각류에 속해요. 이번에 요각류가 400종 가까이 발견된 것은 영국 연구팀이 바닷속 수천m 아래를 탐험한 결과라고 해요.
이처럼 심해에서는 새로운 해양 생물이 잇달아 발견되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미국 연구팀이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에 사는 신종 심해어류를 17종이나 발견했어요. 마리아나 해구는 가장 깊은 곳의 깊이가 1만여m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 산을 뒤집어서 바다에 담가도 푹 잠기고 남을 정도로 깊습니다. 그만큼 이 지역은 해가 들지 않고 수압이 세서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극한의 환경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런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해 새롭게 발견되는 생물이 있다니, 앞으로 우리가 알게 될 생물이 더욱더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