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중국은 악귀 쫓기 위해 설날에 폭죽… 우리나라는 배 띄우고 '낙화놀이'

입력 : 2023.10.17 03:30

불꽃놀이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남강호 기자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남강호 기자
지난 7일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렸습니다. 아름다운 불꽃을 보기 위해 100만명이 한강 공원에 모였다고 합니다. 불꽃놀이는 화약류를 태우거나 폭발시킬 때 발생하는 빛이나 불똥, 소리, 연기를 구경하는 놀이입니다. 다양한 색깔로 불꽃 반응을 일으키는 금속 가루를 화약과 함께 쏘아 올리면 형형색색의 불꽃이 되죠. 고대 중국, 페르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불꽃놀이를 했다는 기록이 나오는 것을 보면, 역사가 꽤 긴 유희입니다. 전쟁에 주로 쓰였을 화약을 어떤 이유로 불꽃놀이에 쓰게 됐을까요?

불꽃을 만들기 위해 터뜨리는 것을 폭죽(爆竹)이라 합니다. 이름 그대로 대나무 통에 종이와 화약을 다져 넣고 불을 붙여 터뜨리는 것이죠. 고대 중국에서는 원시적인 화약을 이용한 폭죽을 전쟁 중 명령을 전달하는 용도로 활용했습니다. 또 7세기 초 여러 중국 풍습을 소개하는 '형초세시기'라는 책에 따르면, 정월 초하룻날 집 마당에서 폭죽을 터뜨려 산조라는 악귀를 쫓아내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산조는 깊은 산 속에 사는 뿔 네 개 달린 괴수인데, 밝은 빛과 폭발음을 무서워해 사람들이 폭죽을 터뜨리면 사라진다고 믿었대요. 이러한 풍습은 현재까지 이어져 중국 사람들은 춘제(중국 설)에 집 마당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폭죽 소리에 묵은해가 걷힌다'고 생각한답니다.

우리나라에도 전통적인 불꽃놀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강을 따라 매달아 놓은 숯가루 주머니를 태우며 떨어지는 불꽃을 감상하는 낙화놀이입니다. 강을 따라 줄지어 불꽃이 떨어져 내려온다고 해서 줄불놀이라고도 불러요. 이 풍습은 주로 사월 초파일이나 정월 대보름에 선비들이 뱃놀이하며 즐겼다고 해요. 지금도 경남 함안과 경북 안동 지역에서는 낙화놀이 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전통 불꽃놀이가 궁금한 사람들은 찾아가 구경하면 좋을 것 같아요.

유럽에선 불꽃놀이를 소재로 한 관현악곡을 만들었습니다. 18세기 헨델이 작곡한 '왕궁의 불꽃놀이'라는 곡입니다. 18세기 중엽 오스트리아 왕녀 마리아 테레지아가 왕위를 계승하는 것을 둘러싸고 8년 동안 유럽 여러 나라가 전쟁을 치렀습니다. 그 결과 마리아 테레지아는 왕위 계승에 성공했고, 그녀 편에서 함께 싸운 영국은 축제 분위기였죠. 폭죽이 터지는 듯한 드럼 소리가 인상적인 이 곡은 영국이 맺은 평화 조약을 기념하는 불꽃놀이에서 연주하기 위해 작곡됐습니다. 곡이 연주된 후 불꽃놀이가 시작됐고, 그 장관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런던 최초의 교통 체증까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역사를 살펴보니 옛날에 살던 사람들부터 지금 우리까지 불꽃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똑같은 것 같습니다. 불꽃놀이가 열릴 때마다 많은 인파가 모이는데, 안타깝게도 행사가 끝나고 나면 많은 쓰레기가 남는다고 합니다. 갖가지 빛깔로 하늘을 물들이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불꽃처럼 시민들도 불꽃놀이를 즐긴 뒤 머문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떠나는 아름다운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