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13세기 중동·유럽, 정확한 기도 시간과 항해도 위해 기계식 만들어

입력 : 2023.10.10 03:30

시계

기원전 7세기 이집트 물시계. /미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기원전 7세기 이집트 물시계. /미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얼마 전 경북 포항시가 송도해수욕장에 해시계 조형물을 설치했어요. 송도해수욕장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류는 해시계부터 현재 스마트워치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알고 표시하기 위한 시계를 발전시켜 왔어요. 시계는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요?

정밀한 해시계가 발명되기 전에는 막대를 꽂아 그림자를 살피는 원시적인 방법을 썼어요. 땅에 막대기를 꽂고 그림자 길이와 방향을 통해 시간을 파악했던 것이죠. 이후 문명이 발달하면서 둥근 원반에 막대를 꽂고 원반에 눈금을 표시해 시간을 파악하는 해시계가 발전했습니다. 처음에는 막대기를 수직으로 세웠지만, 이후 사람들은 막대기가 북극성을 가리키도록 살짝 기울여야 더 정확한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최초의 해시계는 고대 이집트의 것으로 전해지는데, 비슷한 시기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도 해시계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해시계는 어두운 밤이나 날씨가 흐릴 때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이를 극복하려고 발명한 것이 물시계예요. 기원전 15세기쯤부터 사용된 물시계는 물그릇에 눈금을 새긴 후 구멍을 통해 물이 일정한 속도로 빠져나가게 한 뒤 남아 있는 물의 높이에 따라 시간을 파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기원전 3세기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크테시비오스는 원통 용기에 일정한 속도로 물이 차도록 한 뒤 그 위에 인형을 띄웠어요. 인형이 눈금을 가리켜 시간을 알려주는 방식의 물시계를 발명한 거죠.

중세 유럽에서는 불시계가 널리 사용됐어요. 불시계는 초나 기름 등 연료의 잔량으로 시간을 파악하는 원리예요. 초에 불을 붙이고 초가 짧아진 정도를 보거나, 램프에 불을 붙여 램프의 기름이 줄어든 정도에 따라 시간을 파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정확한 시간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작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시계로도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두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좀 더 정확한 기계식 시계를 발명했습니다. 첫째는 종교적 이유였고, 둘째는 16세기 전후 신항로 개척과 대양 항해 때문이었습니다.

기계식 시계는 13~14세기 중동과 유럽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는데, 기도를 해야 하는 정확한 시간을 알리려는 목적이었어요. 또 넓은 바다를 항해하려면 정확한 해도(항해용 지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확한 시계가 필요했어요. 처음에는 기계식 시계가 상당히 부정확했지만, 16세기 말 이탈리아 발명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흔들이 운동의 등시성(等時性)' 원리를 발견하고, 이를 네덜란드 수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시계에 응용하면서 정밀도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