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동사인 '퉁치다'는 '한통치다'로 써야… 따분한 국어사전 대신 수필로 배워요
입력 : 2023.10.09 03:30
동사의 맛
오늘은 한글날이에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고 널리 퍼뜨려 백성 모두가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죠. 한글날을 맞아 소개하는 이 책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더 깊이 이해하고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줘요.
저자는 20여 년간 전문 교정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글을 다듬어 왔어요. 오랫동안 남의 글을 손보는 일을 해오면서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는 동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썼습니다.
헷갈리기 쉬운 동사의 예로 '뒤쳐지다'와 '뒤처지다'가 있어요. 저자는 이렇게 설명해요. "낱말의 뜻을 살피면 그다지 헷갈릴 일도 없다. '뒤쳐지다'는 '뒤치다'에서 왔고, '뒤처지다'는 '처지다'에서 왔다. 그러니 물건이 뒤집혀서 젖혀질 때는 '뒤쳐지다'라고 쓰고, 자꾸 뒤로 처질 때는 '뒤처지다'라고 써야 한다."
우리가 '퉁치다'로 잘못 쓰는 말의 표준어도 알려줘요. 바로 '한통치다'죠. 나누지 않고 한곳에 합치는 걸 말하는 동사로는 '한통치다'를 써야 한대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보통 사전류인 다른 한글 관련 책과 달리 '동사 에세이'라는 점이에요. 그래서인지 읽다 보면 동사가 마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다음 문장들이 그래요. "사전을 보면 모든 낱말이 분명한 제 뜻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 다른 낱말에 기대고 있을 뿐 그 자체로는 이도 저도 아니다. 낱말들이 서로를 눌러 보고 눌러 들어 주지 않는다면 어떤 낱말도 제 뜻을 가질 수 없을 테니까. 삶 또한 그렇지 않을까."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는 동사들조차 그 '맛'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다음은 '들이다'와 '드리다'의 맛을 설명하는 내용이에요. "사람은 들이고 방은 드린다. 아침에는 밥에 뜸을 들이고 저녁이 되면 가게를 드린다. '드리다'에는 요즘 잘 쓰지 않는 표현들이 담겨 있다. 가령 머리를 땋아 댕기를 물릴 때도 드린다고 하고, 집에 벽장이나 문을 새로 꾸미거나 마루나 방을 새로 만들 때도 드린다고 한다. 가게 문을 닫을 때도 드린다고 하며 곡식을 까부를 때도 드린다고 한다."
한글을 사랑하고 더 풍부한 표현력을 갖추고 싶은 사람, 동사의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해요. 이 책은 한글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동시에 한글의 매력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거예요. 이 책을 통해 우리 언어를 더 즐겁게 탐험해 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