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게딱지 부술 만큼 단단한 이빨… 동해안 '곰치국'은 물메기
입력 : 2023.10.04 03:30
곰치
- ▲ 곰치는 구멍이나 바위틈으로 머리만 내놓고 입을 쩍 벌리고 있는데, 숨을 쉬기 위해서래요. /아메리칸오션캠페인(AOC)
곰치 중에는 다 자라면 몸길이가 3m에 이르는 종류도 있는데, 뱀장어 무리를 통틀어 가장 크답니다. 큰 몸집과 무서운 생김새 때문에 예로부터 사람 목숨까지 위협하는 사나운 바다 괴물로 인식됐어요. 바다에 사는 파충류인 바다뱀으로 종종 오인되기도 하죠. 고대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가 노예들을 산 채로 곰치가 득시글대는 물웅덩이에 던져 죽였다는 오싹한 얘기가 전해질 정도죠.
보통 뱀장어는 기다란 몸통의 위와 아래에 모두 지느러미가 있지만, 곰치는 지느러미가 위쪽에 주로 있어요. 바닷속을 자유자재로 헤엄치기에 적합하다고 보긴 어렵죠. 실제 곰치가 사는 곳은 바위나 산호초처럼 몸을 숨길 곳이 많은 지형이랍니다. 바위 틈새나 구멍에 몸을 쑥 집어넣고 머리만 내놓고 기다리다가 먹잇감이 다가오면 번개처럼 몸을 뻗어 잡아먹죠.
곰치는 물고기·오징어·문어·새우 등 가리지 않고 잘 먹어요. 특히 게의 단단한 껍데기를 단번에 부술 수 있을 만큼 이빨이 날카롭고 튼튼해요. 수중 다이버들이 곰치를 쓰다듬다 물려서 다치는 일도 종종 있대요. 곰치에게는 다른 물고기에게 없는 특별한 신체 기관이 있는데, 바로 인두악(咽頭顎)이라 불리는 '제2의 턱'이랍니다. 인두악은 평소에는 목 뒤로 젖혀져 있다가, 식사할 때 목구멍을 향해 쭉 뻗어요. 그래서 입으로 들어오는 먹잇감을 배 쪽으로 잡아당겨 잘 삼킬 수 있게 도와준답니다.
곰치는 사는 지역에 따라 아주 화려한 무늬가 있기도 하고, 어두컴컴하고 칙칙한 색이기도 해요. 먹잇감이나 천적의 눈에 띄지 않게 주변 환경에 맞춰 적응한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해요. 구멍이나 바위틈에서 머리만 내민 곰치들은 대개 입을 쩍 벌리고 있는데, 숨을 쉬는 거랍니다. 많은 물고기는 아가미를 덮고 있는 뚜껑을 움직여 신선한 물을 공급해요. 하지만 곰치는 아가미 뚜껑이 없기 때문에 직접 물을 들이켠답니다.
뱀장어 무리는 어릴 때 몸이 투명하고 댓잎(대나무 잎사귀)처럼 둥글넓적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틀어 '댓잎장어'라 불러요. 곰치 역시 알에서 태어난 뒤 댓잎장어 시기를 거쳐 성체로 탈바꿈한답니다. 곰치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발견되기 시작한 건 20여 년 전부터예요.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는 물고기여서 지구온난화 영향이라기보다는 해양 연구가 활발해지고 탐사 장비가 좋아진 데 따른 결과로 보여요.
일본에서는 곰치를 회나 구이 등으로 먹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잡히는 물고기가 아니라 즐겨 먹진 않아요. 동해에서 잡히는 생선으로 끓인 별미 향토 음식 중에 '곰치국'이 있는데, 여기서의 곰치는 물메기 등을 일컫는 방언으로 오늘 소개하는 곰치와는 아무 관련이 없답니다.
도움말=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실 강충배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