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늑대소년이 정글·인간 세상 살면서 사람·동물 공존하는 모습 보여줘요

입력 : 2023.09.26 03:30

정글북

‘정글북’ 초판 표지. /위키피디아
‘정글북’ 초판 표지. /위키피디아
"정글의 법칙에는 어떤 조항이든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 법칙에 따르면 동물은 새끼에게 인간 사냥법을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인간을 죽일 수 없었다."

영국 작가 조셉 러디어드 키플링(1865~1936)이 1894년 발표한 '정글북'은 "빛나는 상상력이 창조해낸 정글의 세계를 통해 인생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에요. 미국 유명 영화사가 만든 애니메이션은 물론, 영화·뮤지컬·게임 등으로도 제작됐죠.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성인에게도 여전히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기자로 일하면서 인도 곳곳을 다녔던 작가는 원시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을 떴고, 그곳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초자연적이고 신비로운 상상력을 '정글북' 등 다양한 작품에 녹여냈어요. "20세기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라는 평가와 함께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 후배 작가들의 사랑을 받았어요.

누구도 위치를 알지 못하는 깊은 정글, 늑대 굴 앞에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 하나가 발가벗은 채 서 있었어요. 겁먹은 표정을 지을 만도 한데, 아이는 아버지 늑대를 올려다보며 방긋 웃었어요. 정글의 불청객인 호랑이 시어칸이 놓친 먹잇감이었죠. 늑대 가족은 아기에게 '모글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정글에서 살 수 있도록 정성껏 돌봅니다.

'동물마다 정한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재미로 사냥하지 않는다' 등 정글의 법칙을 알려주는 스승도 있었어요. 표범 바기라와 곰 발루였죠. 바기라와 발루는 정글의 언어는 물론, 정글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줬어요. 총명한 모글리는 용감하고 의로운 '늑대'로 차츰 성장해 나가요.

하지만 모든 동물이 모글리를 사랑하는 건 아니었어요. 무엇보다 큰 문제는 시어칸이었어요. 시어칸은 정글의 법칙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오로지 정글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싶어 했죠. 시어칸은 모글리를 먹잇감 정도로만 생각하고 호시탐탐 사냥 기회를 노렸어요. 젊은 늑대를 꼬드겨 대대적인 공격을 가하지만, 때마침 인간 마을에서 횃불을 구한 모글리가 동물들과 협력해 공격을 물리치죠.

얼마 후 모글리는 인간 마을에 내려와 살게 됐어요. 시어칸은 마을까지 내려와 가축과 사람을 물어가는 등 나쁜 짓을 일삼았죠. 참지 못한 모글리는 물소 등과 함께 시어칸을 기습해 끝내 죽이고야 말아요.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런 모글리를 무서워했어요. 모글리는 다시 정글로 돌아갔고, 정글의 법칙을 깨려고 하는 맹수들을 제거하면서 정글의 평화를 이뤄내요. '정글북'은 수직적인 질서를 강요하고 당시 식민 지배를 정당화했다는 비판도 있어요. 하지만 인간과 동물이 조화롭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준 위대한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