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늦여름 보라색 꽃 예쁘지만 누린내 풍겨요

입력 : 2023.09.25 03:30

누린내풀

누린내풀 꽃은 활짝 핀 모습이 마치 날개를 펼친 나비 같아요. /국립생물자원관
누린내풀 꽃은 활짝 핀 모습이 마치 날개를 펼친 나비 같아요. /국립생물자원관
늦여름 산에 가면 우리를 두 번 놀라게 하는 식물이 있어요. 무더위를 날려버리듯 시원한 푸른색 계열로 독특하고 아름다운 꽃이 신기해 한 번 놀라고, 가까이 가면 역겨운 누린내가 진동해서 또 놀라죠. 이름부터 '누린내가 나는 풀'이라는 뜻을 가진 '누린내풀'이에요. 독특한 꽃이 아무리 예뻐도 만지거나 향기를 맡지 않는 것이 좋아요. 꽃이 활짝 필 때는 냄새가 더 강하고 오래간답니다.

누린내풀은 우리나라 중부 이남과 제주도 지역 산과 들의 길가, 풀밭, 숲 가장자리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에요. 높이가 1~1.5m 정도로 곧게 자라요. 줄기는 네모지고, 전체에 짧은 털이 있는데, 윗부분에서 많이 갈라져요. 잎은 마주나고, 길이 10㎝ 안팎의 넓은 달걀 모양이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어요.

꽃은 푸른빛이 도는 보라색입니다. 7~9월에 위쪽 잎겨드랑이에 엉성한 취산꽃차례(꽃 밑에서 또 각각 한 쌍씩 작은 꽃자루가 나와 그 끝에 꽃이 한 송이씩 달리는 모양)를 이루며 피어요. 꽃부리 아래쪽은 통 모양으로 길이가 1㎝ 정도이고, 위쪽은 입술 모양으로 5갈래로 깊게 갈라져요. 갈래 조각 중 4개는 타원형이며 위쪽을 향해 있고, 아래쪽 1개는 길게 나온 혓바닥처럼 크고 색이 더 짙으며 안쪽에 흰색 무늬가 있어요.

수술은 4개입니다. 꽃부리 밖으로 길게 나와 암술대와 함께 둥글게 휘어 있는 모습이 독특하죠. 수술과 암술대 길이는 3~3.5㎝예요. 반원형으로 휘어지는 모습이 마치 곤충 더듬이를 닮았어요. 누린내풀 꽃은 봉오리일 때는 둥근 구슬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여요. 그러다 활짝 피면 날개를 펼친 나비 혹은 입을 크게 벌리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이 연상돼요. 참 독특하고 개성 있는 생김새예요.

이런 누린내풀의 특이한 꽃 모양과 냄새는 곤충을 유인해 꽃가루받이를 이루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요.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잎 중 앞으로 길게 나와 있는 아래쪽 1개 꽃잎에는 흰색 무늬가 있어 곤충을 유인하고 내려앉기 편하게 해준대요. 바로 그곳에 벌 같은 곤충이 앉아 꿀을 먹는 순간 꽃이 곤충 무게로 흔들리고, 휘어져 있던 수술이 더 아래로 내려가 곤충 등에 꽃가루가 묻는다고 해요. 정말 기가 막힌 전략이죠.

누린내풀처럼 이맘때쯤 꽃 피는 식물 중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식물이 여럿 있어요. 계요등은 닭 오줌 냄새가 나는 덩굴성 나무예요. 누린내풀과 풍기는 냄새가 비슷한 누리장나무도 있죠. 누리장나무는 오동잎처럼 잎이 커요. 꽃은 붉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져 멋지고 화려하죠. 이런 식물은 깊은 산에 가지 않아도 숲 가장자리나 계곡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니 바람에 실려 오는 묘하게 불쾌한 냄새의 주인공을 찾아보세요.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