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나만의 추억이 담긴 수건·부채·그릇… 평범한 사물에 나의 생각 덧씌워 봐요
입력 : 2023.09.25 03:30
점, 선, 면 다음은 마음
이현호 지음|출판사 도마뱀|가격 1만4000원
수건, 그릇, 스마트폰, 부채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사물을 보고 쓴 산문 46편을 묶은 책이에요. 시인인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아는 용도로만 사물을 보지 않아요. 자신만의 추억을 녹인 낯선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죠. 이를 통해 사물이 단순히 물리적이고 기능적인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일부로서 우리의 마음, 기억과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현호 지음|출판사 도마뱀|가격 1만4000원
수건, 그릇, 스마트폰, 부채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사물을 보고 쓴 산문 46편을 묶은 책이에요. 시인인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아는 용도로만 사물을 보지 않아요. 자신만의 추억을 녹인 낯선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죠. 이를 통해 사물이 단순히 물리적이고 기능적인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일부로서 우리의 마음, 기억과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를테면 시인은 부채를 보고 할머니의 약손을 떠올려요. '무엇보다 부채 바람이 좋은 것은 거기에 깃드는 마음 때문'이라며 '은근한 눈빛이나 끈끈한 분위기 같은 것 혹은 할머니의 약손 같은 것'이라 예를 들죠.
시인은 머리카락에 대해 이렇게 말해요. '머리카락은 다른 사물과 다르다. 다른 사물들은 당신과 몸이 닿았을 뿐이지만, 머리카락은 한때 당신 그 자체였다. 얼마 전까지는 당신의 일부였던 것이 당신에게서 떨어져나오며 별개의 사물이 되었다. 한때 당신이었던 것을 냉큼 쓰레기통에 버리자니 못내 마음에 걸린다.'
시인은 어느 날 손톱깎이를 찾으려고 여기저기를 뒤지다가 좁은 집 안에 너무나도 많은 사물이 있음을 깨닫고 놀랐다고 해요. 대체 언제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사물에 시인은 에워싸여 있었고, 그 포위를 벗어나서는 살 수 없었지요. 그렇게 시인은 자신과 동거하는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쓰겠노라 마음먹었대요. 이 글쓰기가 시인에게는 '늘 곁에 있지만, 곧잘 모른 체했던 마음에 관한 고백'이기도 했다네요.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물과 단어에 대한 시인의 낯선 감각이에요. 시인은 우리 주위의 흔한 사물에 대해 썼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인이 말하는 '흔하다'는 우리가 아는 것과 의미가 달라요. 우리는 '보통의 정도를 넘게 자주 있거나, 생기거나, 대할 수 있는 상태'를 '흔하다'고 하죠. 하지만 저자는 흔하다는 것을 '누구에게나 없어서는 안 될 만큼 꼭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해요. '흔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살짝 비틀어 납득할 만한 새로운 뜻을 만들어 낸 것이죠. 또 '휴지'를 보면서 시인은 말해요. '잘 더러워진다는 것은 오히려 더 깨끗하다는 뜻'이라고요.
이 책을 통해 지루하게 반복되는 것 같은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보세요. 평소 그냥 지나쳤던 사물에 새로운 시선을 던져 보고 글로 기록해 보세요. 마치 이 책 제목처럼 사물이라는 '점'이 여러분의 시선이라는 '점'을 만나 '선'을 이룬 뒤, 글이라는 '면'이 돼 세상에 전해지고, 마지막에는 '마음'이라는 입체로 연결될 수 있을 거예요.